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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시효’ 벽 부딪혀… 日 강제노역 손배소 또 패소

입력 : 2022-02-08 19:14:25 수정 : 2022-02-08 19: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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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별로 손배 시효 산정 엇갈려
유족 “2018년 전합 판결이 기준”
法 “2012년 대법 첫 판결로 봐야”

2021년에도 원고 패소 판결 잇따라
원고 측 “법원, 피해자 권리 배척
대법이 기산점 입장 밝혀야” 비판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왼쪽)과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가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의 유족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또다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8일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A씨의 유족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1942년 2월부터 7월까지 일본제철에서 근무했던 A씨는 1989년 세상을 떠났다. 이후 A씨의 유족은 2019년 4월 강제노역으로 입은 피해를 배상하라며 일본제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2년 5월 “한일 청구권 협정에 국가 권력이 관여한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까지 적용대상으로 포함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 판결은 2018년 10월 재상고심에서 확정됐다.

강제노역 피해자들은 이 판결에 따라 일본기업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번에는 소멸시효가 문제가 됐다. 민사소송은 피해자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 내’에 제기해야 하는데 이 기간이 지나면 권리를 구제받을 수 없다. 이들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첫 대법원 판결이 있었던 2012년으로 봐야 할지,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2018년으로 볼지에 따라 소송 제기 여부가 갈리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소멸시효가 이미 지났다며 이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9월 같은 법원 민사25단독 박성인 부장판사는 강제노역 피해자인 B씨의 유족이 미쓰비시 매터리얼(전 미쓰비시광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로 판결했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연합뉴스

당시 박 부장판사는 “원고들의 객관적 권리행사 장애사유는 2018년 대법원 판결이 아닌 2012년 대법원 판결로서 해소됐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소멸시효가 도과했다고 판단했다.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이 상고심의 파기환송 취지를 따라야 해 청구권 협정에 대한 해석은 2012년 대법원 판단이 나온 때에 확정됐기 때문에 소멸시효도 2012년 5월24일부로 계산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박 부장판사는 같은 해 8월에도 강제노역 피해자 C씨의 유족이 미쓰비시 매터리얼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소멸시효 도과를 이유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반대로 강제노역 관련 사건 하급심에서 소멸시효 산정 기준을 대법원 재상고심 판결이 확정된 2018년 10월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대법원은 아직까지 강제노역 피해의 소멸시효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이날 선고 직후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과 소송지원단 소속 임재성 변호사는 취재진과 만나 “형식적인 소멸시효를 가지고 피해자 권리를 배척하는 것은 법원의 소명을 저버린 것”이라며 “강제동원 사건별로 법원이 판단하는 소멸시효 기산점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데 대법원이 소멸시효 기산점에 대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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