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제 “대장동(의혹)을 앞으로는 ‘윤석열 게이트’라고 불러야 될 것 같다”면서 “대선이 끝나더라도 특검을 통해서 반드시 실체를 밝히겠다”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대화 녹취록과 관련해 “그 녹취록에 ‘이재명 게이트’라고 나온다”면서 “이 후보야말로 거짓말했다. 빨리 사퇴해야 할 것 같다”고 맞받았다.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경제분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이재명 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장동 의혹 등을 두고 정면 충돌한 데 이어 난타전을 이어간 것이다. 대선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여야의 한심한 행태는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제 TV토론은 앞으로 5년 동안 민생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경제정책을 다루는 자리였다. 팍팍한 살림살이에 지친 국민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후보들은 나라 경제를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한 철학과 비전, 전략, 그리고 정책 대안을 밝혀야 했다.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코로나19 피해 보상 등 선심성 공약을 쏟아냈을 뿐 경제 정책·비전 경쟁은 뒷전으로 밀리고 네거티브만 난무했다. 이·윤 후보는 대장동 의혹과 상대 후보 배우자와 관련한 법인카드 유용, 주가 조작 의혹 등을 다시 끄집어내 상대를 공격하는 데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다. 토론 주제인 경제와는 무관한 내용들이다.
윤 후보가 이 후보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의혹을 제기하자 이 후보는 김만배씨의 대화 일부 녹취록이 적힌 패널을 꺼내들었다. 이 후보가 “‘내가 가진 카드면 윤석열은 죽어’ 이거 들어봤느냐”고 묻자 윤 후보는 “그 녹취록 끝에 ‘이재명 게이트’란 말을 김만배가 한다는데 그 부분까지 포함해 말씀하시는 게 어떠냐”고 맞받았다. 하지만 이 후보는 “거짓말을 하느냐. 허위사실이면 후보 사퇴하겠냐”고 따졌다. 치열한 선거 운동 과정에서 네거티브 전략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으로 감정 싸움만 벌인다면 주제와 관련한 생산적인 토론은 기대할 수 없다. 옥석을 가리려는 유권자의 판단을 흐릴 뿐이다.
대선이 채 보름도 남지 않았다. 그런데도 후보들은 국가 운영에 대한 비전과 철학, 정책과 대안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채 서로 손가락질만 하고 있다. 이러고도 표를 달라고 하는 건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두 후보는 남은 TV토론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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