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이 우크라이나 침공 후 자국에 가해진 경제적 압박에 국제우주정거장(ISS) 가동을 멈추겠다는 말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을 겨냥해 으름장을 놨다.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연방우주국 국장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그 누가 궤도를 이탈한 ISS가 미국이나 유럽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느냐”며 “500톤의 이 구조물을 인도나 중국에 떨어뜨리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들은 이러한 전망만으로 위협받기를 원하느냐”며 “ISS는 러시아 상공을 날지도 않으므로, 오로지 이러한 위험은 당신들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오랜 시간 당신들의 파트너로서 여러분이 무책임한 게이머처럼 행동하지 않기를 제안한다”고 적었다.
앞서 2000년 11월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비행사가 함께 지구 저궤도에 축구장 크기로 건설된 ISS에 들어가면서 시작한 우주정거장을 통한 협력 관계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미국이 제재에 나섰을 때도 영향을 받지 않아, 지정학적 위기가 닿지 않는 대기권 밖 ‘무풍지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항공우주안보 프로젝트 책임자인 토드 해리슨은 UPI 통신과 회견에서 “과거에는 러시아와의 우주 프로그램 협력이 지상의 지정학적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상황이 변해 이번에는 다를 수도 있다”는 말로 양국 간 긴장 고조로 ISS에 불똥이 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러시아 우주산업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미국 우주기업 ‘보이저 스페이스’의 제프 맨버 사장도 “ISS에서의 매력적인 생활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며 “ISS 협력 관계에 악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로고진 국장의 행동과 어조가 중요한 작용을 할 거라 예측했는데, 로고진 국장의 최근 트위터 글을 보면 이러한 생각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 셈이다.
ISS는 미국 우주비행사가 막대한 비용을 내고 러시아 우주선을 타고 우주정거장을 오가는 등 어느 한 쪽이 없으면 운영이 쉽지 않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 속에서 우주 협력을 유지해왔다.
러시아는 ISS 노후화를 이유로 지금의 운영 협약이 종료되는 2024년 철수를 공언했지만, 미국은 민간 우주정거장이 출범할 때까지 시간을 벌고자 ISS 운영 시한을 2028년에서 2030년으로 연장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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