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푸틴, 제재 심해지면 선택 여지없어”
美 전문가 “서방 核 직접 타격할 수도”
“核-평화협정 연계…출구전략으로 이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카드’를 꺼내 들자 서방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하면서 실제 단추를 누를 가능성을 계산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추가 제재 등으로 궁지에 몰린다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우려하는가 하면, 위협용 발언으로 치부하는 등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핵무기 운용부대의 태세 강화 지시에 대해 “위험한 언사이고,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전면적인 우크라이나 침공과 더불어 이런 언사는 상황의 심각성을 높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도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움직임에 대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방식으로 이 전쟁을 확대하려 한다”며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그의 행동을 막아야 하며, 우린 러시아를 압박할 많은 도구가 있다”고 말했다.
서방 세계가 이를 푸틴 대통령의 ‘엄포’로만 보지 않는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AP통신은 의도로 했든 실수로 했든, 푸틴 대통령이 일으킨 현 위기상황이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공포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이 보다 용이해진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러시아는 ‘국가의 존립이 위협받을 때’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규범을 2020년에는 ‘군사행동 확대 예방 및 종료를 위한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바꿨다. FT는 “푸틴의 지시가 핵 타격을 준비하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서방의 제재가 조여오자 푸틴은 위협을 강화하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핵 정책 전문가인 케이틀란 칼매지 조지타운대 교수는 FT에 “푸틴의 군사적 행동이 막히거나, 외교·정치적 상황이 무너지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 제재와 EU의 무기 지원 등, 푸틴에게 놓인 그림은 상당히 암울해 보인다”며 “그가 우크라이나에서 목표 달성을 위해 전술 핵무기를 사용하려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임스 액턴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핵정책프로그램국장은 “핵탄두를 이동하거나, ICBM, 장거리 폭격기 등에 분산 배치해 미국과 유럽을 직접 겨냥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핵 전문가인 매튜 크로닉은 푸틴 대통령의 대응이 교과서적인 전략이라며 실제 핵 행동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그는 “핵 위협으로 재래식 도발을 저지하기 위한 러시아의 ‘완화 전략’”이라며 “러시아는 서방에 ‘관여하지 마라, 아니면 우리가 최고 수준으로 도발할 수 있다’는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전략 전문가인 로렌스 프리드먼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명예 교수는 “푸틴이 핵 공격의 위협과 동시에 물밑으로 평화협정을 제안하고 있다”며 핵을 출구전략으로 이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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