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SD 등 늘어 매년 20여명 사망
경찰선 ‘마음동행센터’ 등 운영
전문가 “전문인력 확충을” 강조
지난 27일 밤 서울 서대문경찰서의 한 파출소에서 경장 A(28)씨가 야간근무 중 대기실에서 소지하고 있던 총기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옆방에서 대기하다 총성을 듣고 달려온 동료 경찰관에게 발견돼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이달 초 정기 인사에서 해당 파출소로 발령받아 근무한 A씨는 휴대전화에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경찰관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으면서 경찰의 자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해마다 20명 안팎의 경찰관이 극단적 선택을 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A씨를 포함해 3명이 숨졌다. 지난해 11월에도 서울 종로경찰서의 한 파출소에서 50대 경위가 총기를 이용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해 10월에는 경기 시흥 한 아파트에서 인천경찰청 소속 30대 경사가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이와 관련, 자살 징후로 볼 수 있는 우울증·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경찰 조직에서 확산하는 경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에 따르면 경찰청 소속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중 우울증과 PTSD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6년 각각 777명·24명 △2017년 865명·21명 △2018년 1004명·30명 △2019년 1091명·46명 △2020년 1123명·38명으로 4년 새 40∼50% 이상 증가했다. 이는 본인이 문제를 인정하고 직접 병원 진료를 받은 경우로, 조직 분위기를 고려할 때 실제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을 겪는 경찰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시내 지구대 소속인 한 경찰은 “근무상 불이익을 우려해 정신과 진료를 피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경찰청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14년 지역 의료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돕는 ‘마음동행센터’를 운영한 데 이어 2018년부터 전 직원 대상으로 경찰용 자살예방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여건이 열악하다. 현재 우리 경찰이 운영 중인 마음동행센터의 경우 전국 18곳에 그칠 뿐 아니라 센터당 상담 인력이 1명뿐인 곳이 10곳이나 된다. 나머지 8곳의 경우 2명이 배치돼 운영 중이다. 이 중 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 5곳은 최근에야 경찰청이 예산을 확보해 상담사 1명을 추가 배정한 경우다.
전문가들은 여기서 나아가 실제 현장 경찰관 곁에서 전문적으로 정신건강을 돌볼 수 있는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미국은 총기 이용이 잦은 특성도 있지만 각 서마다 전문 인력을 배치해 현장 경찰관의 스트레스를 관리한다”며 “우리나라도 이상적인 형태로는 경찰서마다 전문인력을 배정해 정신건강 관리를 상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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