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달하는 러군 호송행렬 포착
벨라루스 주둔 중이던 병력 추정
수도 키예프 25㎞까지 진격한 듯
“민간 폭격, 제네바 협약 위반” 지적
푸틴, 우크라 방어력·서방제재 오판
CNN “더 많은 것 던질 가능성” 우려

‘초전박살’을 노리던 러시아군이 예상보다 고전하면서 진격 속도를 높이기 위해 공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포위를 위해 대규모 병력을 추가하고 민간인을 대상으로 무차별 폭격까지 벌였다. 전장 상황이 예상과 달리 전개되자 당황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미 국방부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속도를 내기 위해 공격 강도를 높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 한 고위 관리는 브리핑에서 “러시아는 전체 전투력의 3분의 2만 사용했다”며 “상당한 병력을 남겨둔 상태”라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CNN에 “군사적·전술적으로 러시아가 키예프를 장악할 수 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키예프를 향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민간 위성업체 막사 테크놀로지가 이날 공개한 위성사진에는 약 40마일(약 64㎞)에 달하는 러시아군 호송차량 행렬의 모습이 담겨 있다. 여기에는 러시아군의 탱크와 자주포, 장갑차 등이 포함됐다. 키예프 외곽으로 집결한 러시아군 규모가 이전보다 훨씬 늘고 있는 셈이다. CNN은 이들이 벨라루스에 주둔 중이던 병력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날 알렉산데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자국 관영 매체에 “(러시아의) 군사 행동에 참여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끼어들 생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CNN은 “벨라루스 허가와 도움 없이는 (러시아군이) 이 정도의 병력을 축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외신은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와 맞닿은 남부 국경을 강화하고 있으며, 탄도미사일, 중화기와 병력을 추가 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민간인을 향해서도 무차별 포격을 벌여, 제네바협약을 어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 등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 주택가를 향해 집속탄 공격을 했다고 주장했다. 집속탄은 작은 자탄 수백개를 흩뿌려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폭탄이다. 대량살상무기로 통하는 ‘진공 폭탄’까지 이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러시아의 전쟁 범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조사할 계획이다.

하르키우에선 또 이고르 테레호프 시장을 겨냥한 정부청사 폭탄 공격이 일어나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6명이 다쳤다. 하르키우와 키예프 사이에 있는 오흐티르카에선 포격으로 우크라이나 군인 최소 70명이 숨졌다.
러시아가 자국 병사에게 민간인 대상 범죄를 저지르도록 몰아넣었음을 보여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도 공개됐다. 세르지 키슬리츠야 우크라이나 유엔 대사를 통해 공개된 메시지에서 한 러시아 병사는 모친에게 “나는 훈련에 참여 중인 게 아니고, 우크라이나에 있다”며 “여기는 진짜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심지어 민간인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정말 힘들다”고 두려움을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수하고서 이 같은 전쟁을 지휘하는 것은 조급증이 배경에 깔려 있어 보인다. 미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군이 키예프에서 약 25㎞까지 진격한 것으로 추정했다. 전날보다 불과 5㎞ 더 나아갔다. ‘개전 48시간 이내 키예프를 점령한다’는 러시아군 작전이 실패하고, 서방이 재빠르게 제재를 가하자 무차별 공격을 감행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의중도 담겨 있다.
CNN은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방어력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러시아를 향해 얼마나 강경한 태도를 보일지도 잘못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푸틴이 여기(이런 상황)까지 왔기 때문에, 앞으로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것을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