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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이변, 정신건강까지 위협… 阿·중남미에 더 가혹하다 [연중기획-지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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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3-03 09:00:00 수정 : 2022-03-02 18: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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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

이상기후 → 감염병 확산 → 정신불안 가중
기온 1.5도 오르면 육상생물 14% 멸종
세기말 아시아 가뭄 5~20% 증가 예측

폭염에 온열질환 사망자 2050년 4%↑
남태평양 투발루 섬 이미 잠기기 시작
‘해수면 상승’ 부산 2070년 年3.6조 피해

취약국가 타격 더 커 ‘기후 불평등’ 심화
“獨 폭우·美 홍수… 결국 전 지구적 문제
국제사회 기후대응 당장 협력 나서야”
기후변화 대응은 ‘완화’와 ‘적응’으로 크게 나뉜다. 완화는 기후변화 자체를 줄일 수 있도록 탄소 등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다. 적응은 이미 벌어졌고, 진행 중인 기후변화에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고 사회·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에 관한 것이다. 최근 들어 온난화에 따른 일부 기후변화가 되돌릴 수 없다고 판단되면서 기후변화 대응에서 적응 역시 완화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겨진다. 지난달 28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제55차 총회에서 승인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2실무그룹(WG2) 보고서’는 기후변화 적응에 관한 연구내용이 담겼다.

 

전 세계에서 모인 연구진이 머리를 맞대고 △과학적인 기후변화 분석(제1실무그룹·WG1) △영향·적응·취약성(WG2) △완화(제3〃·WG3)까지 기후변화 현황과 대응을 포괄한 연구가 망라된 IPCC 평가보고서는 기후변화위기 의식이 커질수록 위상이 높아졌다. 실제로 보고서가 경고하는 기후변화의 수준은 점점 강력하고 돌이키기 어려워지고 있다.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협정 등 국제적인 주요 기후대응 결정이 IPCC 보고서 발간 뒤에 이어진 만큼 이번 평가보고서 역시 주목도가 높다. 총 3만4000여건의 과학문헌이 인용된 이번 WG2 보고서는 “자연과 인류 시스템이 적응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서 극단적인 날씨와 기후 현상 증가는 부분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진다”며 “온대해역 산호초, 연안습지, 열대우림, 극지 및 산악 생태계 일부는 이미 적응 한계에 도달했거나 그 선을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인간이 만든 시스템은 주로 재정, 거버넌스, 제도 및 정책적 제약 때문에 적응 한계에 봉착해 있지만 이러한 것들은 극복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구온난화, 정신건강까지 위협한다

한여름 날씨가 섭씨 35도를 넘나들면 숨이 턱 막히거나 만사에 무기력해지곤 한다. 더위에 약한 노약자나 냉방시설이 없는 취약계층은 온열질환도 주의해야 한다. 자칫하다 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가 심해질수록 폭염 등 극단적인 기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이런 날씨는 인간에게 정신질환을 유발하거나 각종 전염병을 유행시켜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기후변화가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요인은 폭염 말고도 다양하다. 일단 홍수, 가뭄, 태풍 등 다양한 자연재해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21세기 말이면 아시아 지역은 가뭄이 5∼20% 증가할 수 있다고 봤다. 아시아 지역을 분석한 부분에서 서·중앙아시아, 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선 가뭄이, 동남아 지역에서는 홍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이와 맞물려 물 부족과 식량위기, 영양실조 발생도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새로운 감염병이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각종 재해가 증가하면 물이나 각종 매개체를 통한 질환이 유행하고 정신적 외상까지 남을 수 있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기상이변과 폭염, 질병 확산 등으로 건강이 악화되거나 조기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불안이나 스트레스 같은 정신건강 문제는 젊은 층과 노년층, 기저질환이 있는 이들에게 특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피해는 불평등하게, 그러나 모두에게 공평히

1.5도 온난화에 도달하면 육상 생태계에서는 연구 대상 생물종의 14%가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온난화 수준이 3도로 심해지면 각종 리스크는 10배나 더 커진다. 이런 위험은 특히 열대우림이나 산지, 극지 등 특수한 환경에 놓인 생물종부터 닥친다.

기후위기가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형태도 비슷하다. 아직 일상에서 기후변화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나라가 있는 반면,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처럼 이미 국토가 심각하게 물에 잠기기 시작한 곳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후변화에 취약한 계층·지역부터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나타났다. WG2 보고서에 인용된 논문에 따르면 야외노동자, 냉방이 잘 안 되는 실내 작업자 등의 생산성 약화가 불가피하고 온열질환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는 2050년 4%, 2090년 8%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수면 상승으로 해양도시 피해도 급증한다. 논문에서 부산은 2070년 연간 피해액이 약 3조6000억원, 인천은 약 1조2000억원, 울산은 약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각각 전망됐다.

전 지구적으로 기후변화에 취약하다고 판단되는 서부·중앙·동부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남미 등 지역에는 많은 인구가 거주한다. 보고서는 전 세계 기후변화 취약층을 33억∼36억명으로 추산했다. 2015년 이후 기후변화 적응대책이 미비한 지역에서 특히 인구 증가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지난해 독일 폭우나 미국 홍수처럼 기후변화 피해는 결국 지역과 사람을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해수면 상승이 지속되면 해양도시뿐 아니라 내륙 도시까지 다양한 기후재앙에 직면하게 될 만큼 국경을 따지지 않고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협력이 필요하다.

이번 보고서에서 아시아 관련 주저자로 참여한 찬디 싱 인도 인간정주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우리가 당장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기후변화로 인한 비용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된다”며 “바로 조치를 취하면 미래에 더 큰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취약계층이 더 큰 변화를 겪게 되고 불평등을 악화시킨다”며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할 각국 정부와 국제사회 차원의 조치·연계 같은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 다방면 ‘기후탄력성’ 높일 시스템 개발 시급”

 

시련을 겪거나 슬럼프에 빠지는 등 좌절하는 시기를 맞아서도 잘 극복하고 다시 일어나는 힘을 ‘탄력성’(resilience)이라고 부른다. 흔히 ‘회복탄력성’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는 기질이나 마음가짐을 일컫는 탄력성과 기후를 결합시킨 ‘기후탄력성’이란 개념도 있다.

 

이 개념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2실무그룹(WG2) 보고서’에 등장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생태계의 부정적 영향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스트레스 원인에 피해를 받더라도 다시 복원하고 본연의 기능, 정체성, 구조, 생태계 생물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제5차 평가보고서에도 언급됐지만, 이번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거나 공중보건 수준이 낮아지더라도 어떻게 각국이 개발과 발전으로 나아갈지 대안적인 개념으로 기후탄력성에 본격 주목했다. 결국 기후변화로부터 우리의 삶을 지키려면 토양, 해양, 도시, 지방, 산업 전반에서 대대적인 탈바꿈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한다.

18장 ‘기후탄력적 개발 경로’ 부분 총괄주저자를 맡은 아로마르 레비(사진) 인도 인간정주연구소 소장은 기후탄력적 개발과 관련해 “전 세계 모두를 위해 지속가능한 개발을 실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지속가능한’이란 탄소 감축만 뜻하지 않고, 건물과 수송, 에너지 등 여러 분야에서 생태계 보호 등 다른 분야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활동을 포괄한다.

 

레비 소장은 “생태계는 식량, 물, 문화서비스, 생계기반 등을 인간에게 제공한다”며 “인간 사회와 생태계, 기후시스템 사이에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는 보건과 기후와 큰 상관이 없어 보여도 기후탄력적 개발은 ‘건물 탄소 배출량이 낮게 설계되면 온실가스도 감축되고 장기적으로 기후위기로 위협받을 보건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접근 방식을 통합적으로 바꿔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R6에 기후탄력적 개발 경로가 제시된 배경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없는 만큼 복원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보고서는 기후탄력적 개발이 가능한 기회의 창마저 급속히 닫히고 있다고 경고했다. 레비 소장은 그러나 “향후 10년간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더 긍정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며 “기후탄력성이 높아지고 새로운 사회 시스템 개발로 기후 완화·적응이 나아지면, 생태계는 건강해지고 불평등은 약해지는 긍정적 미래가 분명히 우리 앞에 있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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