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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압력에 국제 공급망 교란 우려… ‘퍼펙트 스톰’ 공포감

입력 : 2022-03-07 20:00:00 수정 : 2022-03-07 21: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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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악화일로’
우크라 주요 농산물 수출 중단
전쟁 길수록 가격 인상 불가피
소비·투자 위축 가능성 커져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높아
자동차·반도체의 이익률 하락
국내 경기 불확실성 더 커질 듯
고개 떨군 코스피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62.12포인트(2.29%) 떨어진 2651.31로 장을 마감한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좋지 않았던 국제 공급망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더욱 악화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유가와 환율도 치솟으면서 여러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경제가 위기에 빠지는 ‘퍼펙트 스톰’ 공포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다. 대외 여건 악화로 우리나라의 경기 불확실성도 크게 확대됐으며, 고유가 상황이 계속되면 핵심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의 영업이익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곡물·원유 등 원자재 가격 급등… 고개 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주요 농산물에 대해 수출 허가제 도입을 결정했다. 밀·옥수수·해바라기씨유·달걀 등 주요 농산물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를 받으라는 뜻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미 개전 이후 호밀·귀리·기장·메밀·소금·설탕·육류·가축의 수출을 중단한 상태다.

 

이번 조치는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주요 곡물 수출국이다. 밀과 옥수수 수출량 기준 각각 세계 4위, 3위 수준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가 반영되기 전인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FFPI)는 140.7을 기록해 1996년 집계 시작 이래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길어질수록 식량 가격은 더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도 폭등하고 있다. 브렌트유는 7일 장중 한때 139.13달러에 거래됐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30.50달러까지 치솟았다. 미국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에 유가가 2008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간 것이다.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130달러 선을 돌파, 140달러에 육박했다고 로이터통신·블룸버그통신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7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와 함께 소비·투자 위축 가능성도 커져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월가에서는 치솟는 유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 성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이 재현될 수 있다는 공포가 살아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정책위원회의 마리오 센테노 위원도 유럽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최근 경고했다.

 

◆“경기 불확실성 크게 확대”… “원유 100달러 넘으면 반도체·자동차 이익 하락”

 

대외 여건에 민감한 우리나라 경제도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물가 상승과 수출 감소에 따라 투자 위축, 소득·소비 감소가 연쇄적으로 일어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간한 ‘3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대외 여건에 대한 우려로 경기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경고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로 주요국 주가가 하락하는 등 금융 시장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국제유가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 가격이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로 급등하면서 우리 경제에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이를 더욱 악화시켰다”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확산이 전반적인 세계 경제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글로벌 공급망 교란, 에너지 공급 불안, 유동성 문제 등으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급격히 커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성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는 정부의 거시경제 안정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요인은 통제할 수 없으니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데 이는 경기 후퇴 요인이고, 금리 인상을 안 하면 물가 압력이 세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금리 상승 압력 요인을 자꾸 만들면 안 된다”며 “그런 관점에서 대규모 재정지출을 위해 국가부채를 일으키는 것은 상당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과거 WTI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인 경우 반도체업종의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률은 2.4%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WTI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일 때 반도체업종의 영업이익률은 2.4%포인트, 자동차는 3.1%포인트 각각 하락할 것”이라며 “대신 반도체는 90~100달러, 자동차는 70~80달러 수준에서 영업이익률이 개선된다”고 분석했다.


우상규·남정훈·구윤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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