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산불 재확산’ 문자 “또” 탄식…이웃 아픔을 자기일처럼 ‘울진 주민들’

입력 : 2022-03-07 20:19:55 수정 : 2022-03-07 20:44:2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산불 나흘째인 7일에도 안전안내 문자메시지 잇따라 발송…울진읍 다른 시설에서도 대피소 마련 / “내 얘기 같아”…안타까워한 주민들 / 밀려드는 온정…지역민들도 팔 걷어붙여
7일 경북 울진군 산불 진압에 투입된 헬기 여러 대가 물을 뜨기 위해 왕피천으로 날아가고 있다. 헬기 뒤편으로 산불 확산에 따른 연기가 보인다. 울진=연합뉴스

 

경북 울진 지역 산불 나흘째인 7일, 잦아드리라 예측했던 산불의 재확산 소식이 들리면서 이곳 주민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아침만 해도 세기가 약해진 바람에 진화가 수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후부터 울진읍 일대 산불이 재확산 중이라는 안전안내 문자메시지가 잇따라 날아들었다.

 

산불 피해 당사자는 아니어도 계속해서 나오는 관련 보도에 일부 주민은 자기 얘기처럼 여겨 무기력함마저 느낀다.

 

이날 오후 3시30분쯤 울진읍 대흥리 산불이 확산 중이라면서, 인근 주민들은 울진국민체육센터 등으로 대피하라는 안전 메시지가 발송됐다.

 

오후 6시30분에는 신림리 일대 산불이 확산하므로, 인근 주민들은 울진연호문화센터로 대피하라는 메시지도 보내졌다.

 

같은 시각 울진국민체육센터에서 직선 거리로 500여m 떨어진 연호문화센터에서는 직원들이 이재민을 위해 이불 등 구호물품을 준비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이곳에서 만난 한 직원은 “20~30명이 오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북 울진군 울진읍의 울진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 김동환 기자

 

산불 재확산 소식을 접한 울진군 일대 지역 상인들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울진군 읍내리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40대 업주 A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도착한 안전안내메시지를 보고는 “또 불이 확산했다고 그러네”라고 탄식했다.

 

A씨는 “며칠간 산불 소식 때문에 다들 무기력해하고 있다”며 “우리가 직접 피해를 본 건 아니어도 내 얘기 같은 느낌이 든다”고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울진국민체육센터에는 이재민에게 힘을 주기 위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자원봉사자는 자신이 사는 집은 산불의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다른 이재민을 가만히 볼 수만은 없었다며 이웃들과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경상북도재난정신건강지원단과 경북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에서도 직원들이 나와 이재민들 심리적 고통 치유에 힘을 보탰다.

 

국민체육센터에서 이재민들에게 긴급 의약품을 지원하는 한 관계자는 “고령의 어르신들이 많아 혈압약과 당뇨약 등 평소 드시던 약품을 많이 필요로 하셨다”고 전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총 213억1476만5738원(약정 포함)의 산불 피해 복구 성금이 답지했다.

 

희망브리지는 전날 오후 11시까지 생필품과 의류 등 이재민 구호 키트 3025세트와 대피소 칸막이 44동, 방한 의류 3600벌, 방역 마스크와 식품·음료 등 16만1031점을 피해 현장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지원을 이어가는 한편 이재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주택 피해와 심리 회복 지원 등에 성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가 긴급 구호품을 준비하고 있다. 경북적십자사 제공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동해안 산불로 인해 이날 오후 6시까지 2만1765㏊의 산림 피해(산불영향구역 면적)가 추정된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 규모로 집계된 2000년 동해안 지역 산불 피해면적인 2만3794㏊에 육박한다.

 

이번 산불 피해 면적은 서울 면적(6만500㏊)의 3분의 1을 넘었다. 여의도 면적(290㏊·윤중로 제방 안쪽 면적)의 75.1배로 축구장(0.71㏊)이 3만483개 모인 것과 같아 피해가 막심하다.

 

울진에서는 총 1만6913㏊, 삼척은 772㏊, 강릉과 동해는 각각 1900㏊, 2100㏊ 피해가 추정된다. 울진 272개와 동해 66개 등 주택 348개가 소실됐고, 570개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 인명피해는 없으며, 문화재 중에서는 동해시 어달산 봉수대(강원도 기념물 13호)가 피해를 봤다.

 

7일 오후 4시 기준 진화율은 울진과 삼척이 50%, 강릉과 동해는 90%이며, 영월과 대구 달성은 각각 40%다.

 

같은 시각 기준으로 9738명(진화대 1122명, 공무원 2485명, 소방·경찰·해경·군인 등 6141명)의 인력과 헬기 92대, 차량 706대가 산불 진화에 투입됐다.

 

이재민은 218세대 332명으로, 이 중 307세대 387명이 마을회관, 경로당, 숙박시설 등 임시주거시설에 머물고 있다.


울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문가영 '부드러운 미소'
  • 문가영 '부드러운 미소'
  • 트리플에스 VV 린 '강렬한 눈빛'
  • 박지현 '순백의 여신'
  • 김민주 '청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