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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직전에도 비상근무… “주 52시간, 소방관에겐 꿈의 숫자” [뉴스+]

입력 : 2022-03-08 17:00:00 수정 : 2022-03-08 17: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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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소방관, 6일 숨져… 유족 측, “과로사” 주장
10년 사이 소방관 49명 순직…극단 선택도 97명
질병 사망 비율 1만명당 1.22명… 민간比 2배 수준
文 정부 30% 증원에도… “완전한 국가직 서둘러야”
지난 6일 울산 울주군 언양읍 직동리 야산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40대 소방관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은 지난 6일 오전 8시쯤. 전날 귀가 후 피곤하다며 잠이 든 A씨는 깨어나지 않았다.

 

충남소방본부 구조구급과 소방경 A씨(47)는 최근 5일 연속 비상근무를 해왔다. 주말도 없었다. 경북 울진과 강원도 삼척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난 후 A씨는 충남소방본부 소속 16개 소방서의 인력과 소방장비 등을 현장에 지원·배치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직원이 늘어나면서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산불 이전에도 A씨에게 초과 근무는 일상이었다. A씨는 최근 3개월간 평균 주 50시간 이상 근무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유족은 과로로 인한 사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A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소방청의 ‘소방공무원 순직·공상·자살 현황’에서 2011~2020년 사이 최근 10년간 순직한 소방관은 총 49명이다. 극단적 선택을 한 소방관도 97명에 달한다. 매년 14명 이상의 소방공무원들이 유명을 달리하는 셈이다. 정부로부터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업무상 상해인 공상(公傷)은 2020년에만 1000건이 넘게 발생했다.

 

질병으로 사망하는 소방관들도 많다. 지난해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의 집계에 따르면 소방공무원의 질병 사망 만인율은 1.22명으로 나타났다. 소방관 1만명 중 1.22명이 질병으로 사망한다는 의미다. 민간 분야의 2배에 달할 정도로 크게 높은 수치다. 이은주 의원실은 “화재 진압 중 유해화학물질 흡입, 야간 교대근무, 화재 참상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했다.

 

홍순탁 전국소방안전공무원노동조합(소방노조) 위원장은 8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주 52시간은 소방관에겐 꿈의 숫자”라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이번 산불처럼 며칠씩 화재가 진행되면 현장에서는 24시간 단위로 교대하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몇 시간씩 걸려서 다른 지역으로 소방차를 끌고 지원을 나갔는데 8시간 만에 교대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소방공무원은 총 6만4768명이다. ‘소방관 국가직 전환’을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4만8042명)과 비교하면 30% 이상, 숫자로는 1만6000명 넘게 늘어났다. 홍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어느 정도 확충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현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8만~10만명까지 증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이후에 후속 입법이 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차기 정부와 정치권이 서둘러 소방재정지원특별회계와 공상추정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소방재정지원특별회계는 시·도 소방재정 지원을 위해 소방재정지원특별회계를 소방청에 설치하고 소방청장이 운용·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공상추정제도는 공무원이 질병에 걸리면 기본적으로 공상으로 인정하되 국가가 업무상 인과관계를 입증하도록 하는 제도다.

 

홍 위원장은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뒤에도 사실상의 예산과 인사권은 여전히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 갖고 있어 인력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유가족이나 환자가 업무상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현행 공상 제도 또한 문제가 많다”고 했다.


백준무 기자 jm10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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