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후 온라인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투표한 것으로 추측되는 이들에 대한 색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연예인들을 향한 마녀사냥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인다.
14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2번녀, 2번남 연예인 누가 있냐”, “2번녀 특징을 써보자” 등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2번녀’ ‘2번남’이라 칭하는 이유는 대선에서 윤 당선인이 기호 2번이었기 때문. 이에 2번을 찍은 여성과 남성을 가리키는 말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여론의 관심은 연예인으로 번져 국민의힘 당색인 ‘빨간색’ 관련 게시물을 올린 연예인들에 집중 포화가 쏟아지고 있다.
그 중 여성 연예인으로는 EXID 멤버 하니, 소녀시대 멤버 태연, 트와이스 멤버 나연, 전소미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니는 투표 인증샷을 올리며 “참 어렵던 이번”이라는 문구를 썼다는 이유로 ‘2번녀’라고 불렸으며, 전소미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투표 관련 글을 올리며 배경이 붉은색이라는 이유로 ‘2번녀’로 지목됐다.
남성 연예인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슈퍼주니어 김희철은 빨강 슬리퍼를 신고 투표하는 인증샷을 올렸다고, 몬스타엑스 민혁은 ‘빨간색 하트 이모티콘’을 사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네티즌들이 지목한 ‘2번녀’, ‘2번남’이 누구에게 투표를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실제로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았음에도 특정 당 색을 게시했다는 이유로, 혹은 어떠한 후보의 번호를 연상케 한다는 이유 등으로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인다.
일각에서는 “애꿎은 연예인들에 이럴 필요가 있나”, “누구든 정치색을 나타낼 수 있는 자유가 있는데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을까”,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욕을 먹어야 하니 좀 심하다” 등의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온라인상에서 연예인들의 사소한 행위까지 검열하는 배경에는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에 꺼낸 여성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네티즌들은 “2번녀들은 성폭행 당하고 무고죄로 고소당해봐야 정신 차린다”, “2번 뽑고 여성 인권 운운하지 마라”, “여성 인권을 보호해도 모자란데 후퇴하는 게 말이 되냐” 등 질타의 시선을 보내는 글을 올리고 있는 것.
앞서 윤 당선인은 여성가족부 폐지와 무고죄 처벌 강화 등을 공약했고, 이는 젠더 이슈 및 ‘페미니즘’ 등에 민감한 2030세대의 표심을 얻기 위한 수가 아니였느냐는 지적이 일었다.
이 때문일까. 지상파 3사 공동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의 58.7%는 윤 당선인을 뽑은 반면, 20대 여성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58.0%의 지지율을 보인 결과가 전해지기도 했다. 결국 젠더 갈등을 불거지게 한 결과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것.
이에 대해 윤 당선인은 젊은 세대의 표심을 얻기 위해 젠더 이슈를 이용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1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녀 성별을 갈라치기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 그런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 남녀의, 양성의 문제라고 하는 것을, 집합적인 평등이니 대등이니하는 문제보다는 이제 어느 정도 법과 제도가 만들어져있기 때문에, 개별적인 불공정 사안들에 대해 국가가 관심가지고 강력하게 보호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쭉 가져왔다”면서 “오히려 전 그렇게 하는 게 여성을 더욱 안전하고 강력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길이라고 늘 생각해왔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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