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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성→기주성 대전환… 정부 지출 구조조정 병행 '숙제' [위기의 한국경제, 새 정부에 바란다]

입력 : 2022-03-22 06:00:00 수정 : 2022-03-22 11: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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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민간 주도 성장으로 활력 키우자
尹 “文대통령과 달리 난 시장원리 존중”
韓, 대외리스크 취약·고령화·투자 위축
민간경제 체력 길러야 ‘저성장 늪’ 탈출
원격의료·교육 등 전반 규제 개혁 시급
尹 ‘손실보상 50조’ 재원 마련 발등의 불
국가빚 1000조 넘어서 국채 발행 부담
“과감한 지출 혁신… 증세도 고려해봐야”

새정부는 경제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 대신 민간을 중심으로 한 경제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른바 ‘기업 주도 성장’(기주성)이다. 하지만 새 경제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이 주도하는 성장은 최근 같은 글로벌 경제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기업 주도의 성장 정책이 곧바로 선순환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이유다.

이에 반해 당장 필요로 하는 돈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소상공인 손실보상 50조원 공약에 따른 예산 편성이 과제다. 이미 올해 예산이 편성된 상태라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불가피하다. 손실보상이 공약대로 실현될 경우 재원 마련 방법 등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전문가들은 민간 중심의 성장을 통한 경제 활성화와 함께 혁신적인 지출 구조조정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증세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간 주도 성장 정책으로 대변화해야”

세계일보가 경제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보면 새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잠재성장률 제고를 꼽았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 중심의 성장 동력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윤 당선인도 이미 후보 시절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이 됐을 때 문재인 대통령과 다른 점 한 가지를 든다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시장 원리를 존중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중심의 경제로 경제정책을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대변되는 ‘소득주도성장’이다. 하지만 ‘소주성’은 정권 초부터 숱한 논란과 반발을 겪다 제대로 뿌리내리지도 못한 채 사라지게 됐다. 특히 정권 후반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주성’이 작동될 만한 상황조차 못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새정부는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출발한다. 특히 잠재성장률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20년에서 2030년 사이에 1.9%까지 추락할 것으로 봤다. OECD 38개국 중 캐나다와 함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잠재성장률 하락 원인은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투자가 늘지 않는 데다 고령화와 저출산이라는 인구구조적 문제로 노동 공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 경제 전문가는 “그동안 한국 경제는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크게 낮아지면서 만성적 저성장에 시달리고 있다”며 “글로벌 원자재가 상승,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 등 대외 리스크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민간 경제의 체력 회복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민간 주도 성장을 위한 선행 과제로 정부의 규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현욱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원격 의료, 교육 등 서비스 산업 전반의 규제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역시 “경직적 규제를 개선하고 구조적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 선행돼야”

새정부의 경제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민간 주도 성장의 선순환 구조 정착과 별개로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특히 소상공인 손실보상 50조원 공약은 당장 재원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집을 보면 ‘50조원 이상의 재정자금을 확보해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정당하고 온전한 손실보상을 하겠다’고 명시돼 있을 뿐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추가로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새정부의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물론 올해 예산이 편성된 상태에서 ‘일부 예산 삭감’ 정도로는 부족하겠지만, 윤석열정부 임기 내내 이 같은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올해 국가채무는 1000조원이 넘어선 상태다. 지난 2월 추경 편성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문재인정부 들어 재정건전성 악화를 비판해온 입장에서 국채발행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인수위에 참여한 경제브레인들의 성향도 주목된다. 이석준 당선인 특별고문은 최상목 경제1분과 간사와 함께 쓴 ‘경제정책 어젠다2022’에서 2020년 본예산 기준 재정지출에서 136조6000억원가량을 구조조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서에는 ‘부의 소득세제’ 도입을 전제로 했지만, 필요에 따라 과감한 지출 혁신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다만, 경우에 따라 증세가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설문 응답자의 52%가 새정부 출범 후 증세 정책이 추가돼야 한다고 답했다. 김현욱 교수는 “지출 구조조정을 우선 추진하고, 일부 증세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현 정부도 새정부 출범에 맞춰 지출 구조조정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출 구조조정만으로 공약 예산 전체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새로운 정책이 생기면 기존에 있던 정책 중 덜 필요한 부분에서 덜어내서 새로운 정책 예산으로 잡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이미 본예산이 마련돼 있는 상황에서 재정지출 재구조화를 통해 50조원 이상의 예산을 만드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안용성·이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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