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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반러 전선에서 이탈한 인도의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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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3-24 23:37:33 수정 : 2022-03-24 23:3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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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인도의 대표적인 우방
경제성장 기초 비동맹 외교 강조
전략적 레버리지 높여 자율 확보
신냉전 시대 우리가 배울 점 시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서방세계에 대한 도전, 신냉전 부활의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재편을 선언한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규탄과 제재를 주도하고, 각국의 동참 여부는 진영 선택의 가늠자가 되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적인 정전을 요구하는 유엔 결의안 채택, 천연가스와 원유 수입 금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배제를 위시한 수출통제 조치 및 경제 제재 이행을 촉구했다. 세계 141개국이 규탄 결의안에 찬성했고, 한국은 일본, 호주, 유럽연합(EU) 국가들과 함께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에도 참여했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신남방협력연구센터장

그런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핵심 파트너인 인도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인도는 3월2일 유엔 결의 투표에서 기권한 데 이어, 3일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담 입장문에서도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 비난이 포함되는 것을 막았다. 인도는 3월 중순 러시아에서 원유 500만배럴을 ‘할인된 가격’으로 수입하고, 3월 말 SWIFT 결제망을 우회하는 ‘루피화-루블화 통상협정(rupee-ruble trade arrangement)’을 체결하여 공백이 생긴 러시아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인도의 선택에도 이유는 있다. 먼저, 러시아는 인도의 대표적인 우방 국가이다. 1971년 인도·파키스탄 전쟁 당시 군사적 지원으로부터 시작하여 카슈미르 분쟁 등 인도의 핵심 이익이 걸린 사안에서 러시아는 인도를 지지해왔다. 둘째, 이로 인해 현재에도 인도와 러시아 간에는 긴밀한 군사, 과학기술 및 인적 네트워크가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인도의 군사 장비 중 러시아산의 비중은 70~85%(구소련 연방 포함 시)에 달한다. 러시아산 군사 장비는 저렴한 가격에 최신 기술 이전, 부품 교체, 유지 및 보수가 가능하다. 인도가 2018년 러시아에서 구입한 S-400 지대공 미사일(SAM)은 미국의 3분의 1 가격이다. 셋째,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중국과 파키스탄은 러시아를 규탄하지 않고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인도와 각각 1차례, 3차례 전쟁을 치르고 영토분쟁이 진행형인 중국과 파키스탄에 러시아가 첨단무기를 공급하는 후원국이 되지 않도록 막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고 인도가 미국의 반대편에 선 것은 아니다. 인도는 ‘경제성장에 기초한 진정한 비동맹 외교’를 강조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은 인도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2021년 양자무역 1126억달러 중 인도가 300억달러 흑자를 거두고 있다. 반면 러시아와의 무역은 102억달러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무기와 광물 수입액이 69억달러로 3분의 2를 차지한다. 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은(61%) 인도에 미국과의 기후변화 대응과 신재생 에너지 생산 협력은 필수이다. 더욱이 인도는 지전략적 측면에서 최대의 위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파트너 국가들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 입장에서 당장은 인도의 선택이 불편하다. 러시아판 사드로 불리는 S-400 시스템이 4월부터 가동될 예정인 데다 러시아와 별도의 무역협정을 체결하여 거래를 지속하는 것도 용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미 의회가 인도에 적성국가 제재법(CAATSA)을 비롯한 제재를 가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여전히 인도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하는 가운데 지난 3월 19일과 20일에 걸쳐 일본과 호주 정부는 각각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쿼드 회원국들은 인도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했다.

인도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실현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구성원이다. 그럼에도 인도가 파트너 국가들과 인도의 핵심 이익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전략적 레버리지를 높임으로써 자율적 공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일까. 신냉전 시대로 떠밀려가는 길목에서 보다 많은 선택지를 갖기 위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신남방협력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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