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비당 연기 흡입량 1441㎖…국제 표준 기준의 3배”
“한 개비당 흡입 횟수 1.6배, 평균 흡입량보다 2배 많아”
한국의 흡연자들이 담배 한 개비를 필 때 다른 나라보다 3배 이상 연기를 많이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습관 때문에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도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2020년 한국인 궐련 담배 흡연자의 흡연 습성 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궐련 흡연자는 한 개비당 총 담배 연기 흡입량이 1441㎖로 국제 표준(455㎖)으로 제시된 양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흡연자의 담배 한 개비당 흡입 횟수는 20.4회로, 국제 표준(13회)의 1.6배, 1회 평균 흡입량은 73㎖로 국제 표준(35㎖)의 2배 이상 많았다. 담배 한 개비를 피울 때 더 많은 횟수를 흡입하고 연기도 더 깊이 들이마신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는 질병청 건강위해대응과와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가 2020년 4월15일부터 8월31일까지 만 20세 이상 궐련 담배 흡연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2016년 우리나라에서 이뤄진 흡연 습관 연구와 비교하면 한 개비당 흡입 횟수는 28%(16→20.4회), 총 연기 흡입량은 48%(970→1441㎖)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측정기기(CReSS Pocket)의 사용법을 사전에 안내하고 하루 종일 흡연자들의 흡연 행태를 관측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가 훨씬 현실에 가까운 흡연 습성을 측정했다고 설명했다.
교신저자인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는 “2016년 연구가 지금까지 유일한 흡연 습관 조사였는데 당시는 측정기기로 흡연자에게 담배를 피워 보라고 해서 측정한 것”이라며 “이번에는 전날 기계 사용법을 미리 설명해주고 다음날부터 하루 종일 피우는 습관을 확인해서 평균값으로 계산했기 때문에 훨씬 현실성이 있는 조사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흡연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더 많은 연기를 마시는 습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0~69세 흡연자는 20~39세 흡연자에 비해 한 개비당 흡연 시간이 46초 길고 일일 총 흡입 횟수가 56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별로는 여성 흡연자가 남성 흡연자에 비해 높은 니코틴 의존도를 보였다. 남성 흡연자 중 높은 니코틴 의존도를 가지고 있는 대상자 비율은 6.7%였지만 여성 흡연자의 경우 이 비율이 14.3%에 달했다.
또 국내 흡연자들은 자신이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더 오랜 시간 담배를 피우고 더 많은 횟수를 흡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자들이 설문 응답에서 답한 한 개비당 흡입 횟수는 15.6회, 흡연 시간은 1분33초였다. 하지만 기기를 통해 실제 측정된 흡연자들의 평균 흡입 횟수는 20.4회, 흡연 시간은 3분 7초에 달했다.
질병청은 우리나라의 흡연자가 예상보다 더 많은 유해 물질에 노출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질병청은 “우리나라 흡연자의 습성 파악 결과 본인이 인지하는 것보다 담배 유해 물질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경향이 있어 질병 발생 등 흡연 폐해를 높일 우려가 있다”며 “또 2016년에 측정된 흡연 습성보다 더욱 나빠지고 있어 정기적인 조사를 통해 흡연 행태와 건강 영향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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