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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자들의 코로나 생존기

입력 : 2022-03-26 01:00:00 수정 : 2022-03-25 19:3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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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 외 14명/후마니타스/1만8000원

숨을 참다 - 코로나 시대 우리 일/김종진 외 14명/후마니타스/1만8000원

 

“재난이 곧 죽음인 사람들과 재난이 오히려 기회인 사람들로 나뉜 사회.”

‘코로나 시대 우리 일’이라는 부제가 붙은 ‘숨을 참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배제된 한국 노동자들의 삶을 기록한 책이다. 한국 정부가 ‘K방역’을 강조하며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했다고 자부하는 동안 무너진 일터에서 각자의 삶을 지켜온 이들이 있었다.

재난은 특수고용·비정규직·초단시간 근로자 등 팬데믹 이전부터 법의 테두리 바깥에 있던 이들에게 더 집중됐다. 책은 불안정 노동자들의 일과 삶을 기록한 르포 11편을 묶었다. 노동 현장 연구자 등 공저자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빌려 지난 2년간 국가와 기업이 무엇을 했고 또 하지 않았는지, 팬데믹은 누구에게 이득을 안기고 누구에게 고통을 줬는지, 안정과 복지는 누구에게 돌아가고 누가 제외됐는지 질문을 던진다. 서문을 대표 집필한 송경동 시인은 “한국 정부는 특정 시기 코로나 확진자 수를 일시적으로 줄이는 방역에 성공했다”면서도 “또 다른 방역 대책이라 할 수 있는 다수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는 낙제점이었다”고 지적한다.

2020년 3월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 이후에도 콜센터 노동자들은 여전히 ‘닭장’으로 출근한다. 직장갑질119의 조사에 따르면, 집단감염 이후에도 콜센터들에서 동료와의 간격이 1미터 이상 유지되고 있는 곳은 25%에 불과했으며, 마스크 지급과 환기 같은 조치만 이루어졌을 뿐 시차 출퇴근제 등을 활용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27.4%에 불과했다. 또 요양을 갈 때마다 고무장갑부터 물컵까지 자신의 몸이 닿는 모든 걸 챙겨 다니며 ‘방역’에 신경을 쓰는 요양보호사들의 이야기는 불안정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방역 책임까지 개인의 몫으로 감당해야 했음을 증언한다.

일터에서 거리두기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또 있다. 휴게 시간·유급 병가 등 공간적 거리 두기에 상응하는 시간적 거리 두기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정부의 방역 정책에서 그 비용과 책임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는 빠져 있었고, 불안정한 일터에서 이는 결국 개개인의 몫이 됐다.

정부가 지급하는 고용유지 지원금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노동자나 파견업체 직원들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팬데믹으로 오히려 반사이익을 누리던 기업도 ‘코로나로 인한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정리해고를 했다. 외국인 노동자는 이중의 소외를 겪었다. 비자 때문에 이직을 할 수도 없고, 편의점 앞에서 음료수만 마셔도 신고를 당하는 외국인 혐오에 시달려야 했다.

책이 다루는 불안정 노동은 소수 취약계층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 등 불안정 노동자로 분류되는 직업군을 모두 합하면 1700만명에 육박한다.

바이러스 종식 이후에도 노동 현장의 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공저자 중 한 명인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새로운 규범과 표준(New normal·뉴 노멀)이 아니라 더 나은 규범과 표준(Better normal·베터 노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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