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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늦게 만나 가장 오래 봤다… 文·尹, 171분간 허심탄회 대화

입력 : 2022-03-29 06:00:00 수정 : 2022-03-29 09: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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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상춘재서 첫 만찬 회동

文 “용산 이전 판단 차기정부 몫”
실무적 시기·내용까진 언급 안 해

文·尹 “정당 간에 경쟁할 수는 있어도
대통령 간의 성공기원 인지상정” 일치

尹, 예상 밖 MB사면 의제로 안꺼내
여가부 폐지 등 조직개편도 안 다뤄

정치적 이해 걸린 사안 추가 협의키로
극한 대치 지적에 진화용 만남 분석도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만찬 회동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와 관련, 예산 등에 대한 협조 의사를 밝혔다고 윤 당선인 측이 전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청와대 회동에 배석한 뒤 통의동 인수위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의나 예비비 얘기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자연스럽게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얘기가 나왔다”며 “문 대통령께서는 ‘집무실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차기 정부 몫이라 생각한다. 지금 정부는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그러면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예비비 논의 여부에 대해 “절차적으로 구체적인 얘기는 하지 않으셨다”며 “제가 느끼기에 실무적으로 시기나 이전 내용을 공유해서 문 대통령께서 협조하겠다는 말씀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에서 논란이 됐던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의 뜻을 존중해 협조하겠다고 밝히면서 절정으로 치닫던 신·구 권력 갈등은 일단 봉합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이날 임기 말 인사문제와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추진 및 코로나19 손실보상 문제, 그리고 각 부처 인수위 업무보고 등 인수인계 등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코로나19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손실보상을 위한 추경 편성에 공감대를 이뤘다. 장 실장은 “예산의 규모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면서도 “구체적인 사항은 인수위 측과 청와대가 할 수 있는 한 실무적으로 협의해 나가자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장 실장은 또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 등 안보 현안에 대해서는 “국가의 안보 관련 문제를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누수 없게 서로 최선을 다해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회동 전 갈등의 최대 쟁점이었던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인사권 행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며 다만 “문 대통령이 임기말 남은 인사는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 실장이 국민 걱정을 덜기 위해서 잘 도와드리라 했으며 윤 당선인도 두 사람이 잘 협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 실장은 그러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는 만찬 회동에서는 일체 거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28일 오후 서울 통의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만찬 회동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무실 협조로 권력 갈등 봉합… 추경·인사는 원론적 메시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만찬 회동에서 “국정은 축적의 산물이다”, “정당 간에 경쟁할 수는 있어도 대통령 간의 성공기원은 인지상정”이라고 서로를 격려하며 각종 현안에 협력하기로 했다. 그간 양측의 주요 갈등 원인이었던 대통령실 용산 이전 문제 등에 대해서도 협력 의사를 확인하며 대화를 풀어나갔다. 다만 코로나19 손실보상 관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임기 말 인사권 행사 문제 등 정치적 이해득실과 맞물린 문제에 대해선 추가 협의 의사만 밝히며,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만남이 아니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회동 직후 통의동 집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두 분이 인사를 시작으로 2시간 36분 동안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눴다”며 “언론이나 국민이 느끼는 갈등을 오늘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서로 존중하면서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장 실장과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상춘재 회동에 배석했다.

 

이날 회동에선 윤 당선인의 직면 과제인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을 위한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됐다. 장 실장은 “문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할 지역에 대한 판단은 차기 정부의 몫이라 생각한다’며 ‘지금 정부는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집무실 이전 시기에 대해선 구체적 말씀이 없으셨지만 문 대통령이 협조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양측은 최근 집무실 이전 문제로 정면 충돌했지만, 문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 자체가 아니라 취임식(5월10일)까지 이전을 완료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계획에 안보 공백 우려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회동이 이뤄지기만 하면 윤 당선인이 구체적 로드맵에 대해 문 대통령과 상의를 한 뒤 협조를 얻어낼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양측은 다른 현안에 대해선 다소 원론적인 협력 메시지를 내놨다. 특히 양측 모두 회동 전부터 강조한 코로나19 방역 대책과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그에 따른 추경 편성 등에 대해선 “두 분이 공감했다. 실무 라인에서 계속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만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동에 앞서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윤 당선인은 무엇보다 민생에 무한한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임하려고 한다”며 “영업 제한이나 거리두기같은 행정명령으로 국민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손해배상을 당연히 이행해야 할 의무가 국가에 있다는 것이 윤 후보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추경 편성과 관련해서도 “국민이 일어설 수 있게 힘이 되고 손을 건네는 것의 당위성은 현 정부도 공감하고 지원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코로나19 방역 관리를 강조했다.

 

장 실장은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인사권 행사 문제에 대해서도 “오늘 구체적으로 어떤 인사를 어떻게 하자는 말은 없었고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에 해야 할 인사에 대해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제가 잘 도우라고 했고, 윤 당선인도 잘 협의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현시점에서 추경 편성은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득실이 달린 문제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윤 당선인의 의중대로 당장 추경 편성에 나서면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 정권 측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된다. 올해 들어 이미 추경을 편성한 더불어민주당이 재차 “빠른 추경 편성”을 외치는 데도 정치적 셈법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사 문제 역시 감사위원 선임 문제는 감사원이 문재인정부에 반기를 들면서 일단락됐지만, 선관위원 임명 등에 따라 양측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갈리게 된다. 양측의 입장 차가 명확하게 좁혀지지 않아 이날 회동에선 실무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원론적 메시지를 내놓게 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명박(MB) 전 대통령 사면 문제와 관련해선 두 사람이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고 장 실장은 전했다. 민주당과 현 여권이 윤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반대하는 가운데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서도 언급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입장차가 큰 대립 지점에 대해선 충돌을 피해간 것으로 보인다. 특히 MB사면 문제에 대해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선택과도 관련이 큰 사안이어서 이견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극한 대치 끝에 회동이 성사된 만큼 결국 여론 진화용 만남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회동은 정권 이양기 신·구 권력 간 극한 충돌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 윤 당선인으로선 정권 이양기에 ‘물러나는 권력’과 지속해서 충돌할 경우 임기 초 국정 운영 동력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어 문 대통령과의 조속한 만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문 대통령으로서도 인수인계를 제대로 해주지 않고 방해하는 모양새로 떠나가는 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文 “매화 꽃이 피어” 尹 “정말 아름답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28일 만찬 회동은 171분 동안 이어지며 역대 최장 ‘신·구 권력 회동’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윤 당선인을 직접 마중하며 청와대 내 정원인 녹지원 구석구석을 소개했고, 윤 당선인은 “아름답다”며 맞장구를 쳤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반주를 곁들여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58분, 만찬 시각이 2분 앞으로 다가오자 여민1관(비서동) 앞에 먼저 도착해 윤 당선인을 기다렸다. 1분 뒤인 5시 59분에 윤 당선인을 태운 차가 문 대통령 앞에 멈춰 섰다. 윤 당선인이 차에서 내리자 문 대통령은 오른손을 내밀었고, 윤 당선인이 가볍게 묵례한 후 양손으로 맞잡으며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흰 셔츠에 남색 줄무늬 넥타이, 남색 정장 차림으로 윤 당선인을 맞았다. 윤 당선인은 흰 셔츠에 분홍색 넥타이를 매고 짙은 감색 정장을 입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보다 앞장서 걸으며 녹지원의 소나무와 여민관 건물 등을 가리키면서 대화를 주도했다. 문 대통령은 녹지원에 대해 “여기가 우리 최고의 정원이라고 극찬을 하셨던 (곳)”이라며 “이 너머에 헬기장이 있고, 그 지하에는…”이라고 설명을 이어갔다.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 만났지만 어색한 모습도 보였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다소 떨어져 걸었으며 처음 만났을 때의 악수 이후에는 다른 스킨십은 없었다. 윤 당선인은 여민관을 지나며 “이쪽 어디서 회의를 한 기억이 난다. (문재인) 대통령을 모시고…”라며 검찰총장 시절 청와대를 찾았던 때를 회상했다. 윤 당선인이 청와대를 찾은 것은 2018년 7월 검찰총장 임명식, 2019년 11월과 2020년 6월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이윽고 상춘재 앞에 도착하자 문 대통령은 건물 오른편을 가리키며 “저기 매화꽃이 폈다”고 말했고, 윤 당선인은 “네, 정말 아름답다”며 화답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상춘재(常春齋)의 현판을 가리키면서 “상춘재, 항상 봄과 같이 국민들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름에 담은 것)”이라고 말했고, 윤 당선인도 현판을 바라보며 “네”라고 답했다.

 

이날 만찬은 오후 8시 48분에 끝났고 두 사람은 8시 50분에 헤어졌다. 만찬에 배석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2시간 36분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눴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는 역대 대통령·당선인 간 회동 시간 중 최장 기록이다. 문 대통령은 회동을 마칠 때 윤 당선인에게 넥타이를 선물하며 “꼭 성공을 빈다. 제가 도울 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 달라”고 말했고, 윤 당선인은 “건강하실 빈다”고 답했다. 이날 메뉴로는 봄나물 비빔밥, 계절 해산물 냉채, 해송 잣죽, 한우 갈비와 더운 채소 등이 올랐다. 반주로는 레드 와인이 준비됐다.


이창훈·이현미·김병관·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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