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법무 지휘권 중단 선언 등
인수위, 우회안 제시하며 의지
檢에 독립 예산권 부여도 추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법무부를 끝으로 업무보고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윤석열정부의 ‘검찰 청사진’ 윤곽이 드러났다. 법무부는 업무보고에서 수사지휘권 폐지 등 핵심 사안에는 미온적인 반응이었지만 “큰 틀에서 공약 취지에 공감한다”고 밝힌 만큼 향후 새 정부와 어느 정도 보폭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수사지휘권 폐지로 검찰 독립성 강화 수순
30일 법조계에선 검찰총장 출신인 윤 당선인이 취임하면 검찰 권력 복원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윤 당선인은 형사사법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을 예고했지만, 관심은 검찰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검찰 수사권을 되돌리고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 이른바 ‘추·윤(추미애·윤석열) 갈등’을 거치며 문재인정부의 사법관에 회의를 느끼고 정치권으로 뛰어든 만큼, 새 정부의 법무·검찰 관련 최우선 과제는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가 될 전망이다.
인수위는 전날 법무부 업무보고가 끝난 뒤 △새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중단 선언 △자체 훈령 개정 등의 방법을 제시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법령 개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대안까지 꺼내 든 것이다.
검찰의 독립예산 편성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인수위는 “검찰은 중앙행정기관이므로 대통령령인 직제규정을 변경하면 검찰에 독자적 예산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놓으며 지휘권 폐지와 마찬가지로 법령 개정을 우회할 수 있는 방안을 밝혔다.
국회의 검찰 공소장 제출 요구에 법무부가 개입하는 관행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의 폐지 요구에 법무부도 대검과 내부 기준 재정립을 논의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는 결국 검찰에 대한 법무부 영향력을 축소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책임수사제로 검찰 수사권 확대
윤 당선인의 검찰권 복원은 독립성 강화와 더불어 수사권 확대의 ‘투 트랙’으로 진행된다. 검경 책임수사제 확립은 검찰의 직접수사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이 주가 될 전망이다. 현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수사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제한됐지만, 책임수사제가 도입되면 이외 범죄에 대해서도 검찰이 고소·고발장을 접수할 수 있게 된다. 또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도 가능하다.
이 밖에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폐지를 통해 문재인정부의 ‘검찰 압박’을 일부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 규정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던 2019년 12월 시행되면서 ‘정부가 조 전 장관 의혹 관련 언론 보도를 막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법조계는 윤 당선인의 검찰력 복원에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익명을 요구한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지휘권 폐지와 관련해 “추미애, 박범계 장관의 지휘권 발동은 지나치게 정치적이었다”면서도 “차후 검찰총장으로 추미애, 박범계 같은 사람들이 임명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수사지휘권은 최소한의 장치”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책임수사제 도입과 관련해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을 지낸 최진녕 변호사는 통화에서 “지금 현장에선 핑퐁식 사건 처리, 수사 지연, 책임 회피로 고소장 하나 접수가 힘든 상황”이라며 “(책임수사제로) 검찰권과 경찰권이 조화를 이루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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