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오후 신임 국무총리 인선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윤석열정부의 첫 국무총리 후보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 측은 경제 관료 출신으로 풍부한 국정 경험과 주미대사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등을 지낸 한 전 총리의 외교 경험이 윤 정부의 경제·외교 안보 진용을 이끌 수 있는 주요 역량으로 판단했다. 윤 당선인은 전북 전주 출신의 한 전 총리 중용에 국민통합의 의미도 더했다. 다만 한 전 총리가 73세의 고령인 점과 여소야대 인사청문회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3시 30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한 전 총리의 국무총리 내정을 발표한다. 한 전 총리도 기자 회견에 참석한다.
한 전 총리는 경기고·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 1970년 행정고시 합격 후 관세청을 시작으로 직업 관료의 길을 걸었다. 이후 경제기획원(기획재정부 전신), 상공부(산업통상자원부 전신) 등을 거쳤다. 한 전 총리는 김영삼정부에서 특허청장과 통상산업부 차관, 김대중정부에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노무현정부에서 경제부총리와 국무총리를 맡는 등 진보·보수 정권에서 번갈아 중용됐다. ‘참여정부 사람’이라는 꼬리표에도 불구하고 한 전 총리는 이명박정부에서는 주미대사와 한국무역협회장 등을 지내면서 중역을 맡았다.
윤 당선인은 경제와 외교안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찾으면서 한 전 총리 카드를 유력하게 검토하게 됐다. 정치 신인인 윤 당선인에게 부족한 경륜과 국정운영의 경험을 보완해줄 수 있는 카드라는 것이다. 윤 당선인과 한 전 총리의 직접적인 인연은 없지만 김영삼 정부에서 경제수석을 지낸 한이헌 전 의원이 한 전 총리를 윤 당선인에게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의원은 선거 기간 윤 당선인을 돕는 원로 고문 중 한명으로 경제 정책을 자문해왔다. 한 전 의원은 경제기획원 시절 한 전 총리를 데리고 일하면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인수위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당선인과 한 전 총리가 전날 3시간가량 ‘샌드위치 회동’을 한 사실을 공개하며 “국정 운영과 조각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장 실장은 한 전 총리의 총리직 수락 배경에 대해 “다 못 이룬 개혁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 같다”라며 “그런 것들을 차분하게 추진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장 실장은 한 전 총리가 장관 지명자에게 차관 인선을 추천받는 방안을 윤 당선인에게 건의한 내용을 알리며 “윤 당선인도 굉장한 공감을 표했다”며 “윤 당선인이 제게 장관 지명이 끝나면 차관 인사 등을 잘 의논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 제가 삼고초려를 했다. 3번 이상 (한 전 총리를) 찾아뵙고 간곡하게 말씀드렸다”며 “3번째 만났을 때 ‘다른 분을 꼭 찾기를 바란다’고 말씀해주면서 (본인에 대한 인사) 검증에 응했다”고 말했다.
다만 한 전 총리가 고령인 점,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거쳐온 지난 10년의 행적이 여소야대 인사청문회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장 실장은 “외교·경제·통상을 관통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겠냐. 그 연세라는 게 경륜으로 본다. 세월없이 어떻게 그 경륜이 쌓였겠느냐”고 반박했다. 한 전 총리는 이명박정부에서 주미대사를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한국무역협회 회장 기후환경센터 이사장, 지속가능전력정책연합 의장, S-Oil 사외이사 등을 지냈다. 인수위 관계자는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의 이력에 대한 검증도 마쳤다. 인사청문회 통과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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