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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스와 브룬, 짐이 쓴 ‘북아메리카의 조류들’이란 책이 있다. 이 책이 특별한 것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매의 외적 모양을 전달하기 위해 여러 새의 사진을 넣어 미세한 차이를 비교하도록 했다. 또 매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마치 슬라이드 사진처럼 매의 날갯짓 모습을 제시하기도 했다. 매의 소리를 전하기 위해 음향기록표을 싣고 독자들이 소리를 상상하도록 했다. 계절에 따라 옮겨 다니는 새들의 이동 범위를 구체적이고 실감 나게 지도에 표시하기도 했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은 생각보다 많다. 자연경관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경외감과 감동, 감정의 내면 상태에서 느끼는 울림과 움직임. 이런 것들은 언어로 세밀하게 표현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언어학자 플라워는 언어를 넘어서는 이런 느낌이야말로 언어로 된 지식보다 더 심오하고 깊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에 관한 책을 지은 필자들도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감각적 측면들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했을 것이다. 사물을 언어로 아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 감각으로 느끼는 것, 그것이 아마 이 책을 쓴 필자들의 생각일 것이라고 짐작된다.

반면에 언어가 없으면 생각과 사유가 불가능하다고 본 학자도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는 세상을 보는 유일한 도구이자 관점이기 때문에 언어를 통해서만 사고와 세계를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언어가 없다면 내 생각도 존재할 수 없고, 내가 본 세상도 존재할 수 없다. 내 언어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가 되는 것이다. 그는 말할 수 있는 것은 명료하게 말을 하고,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말할 수 없는 것이 때로 더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는 경우가 많다. 에릭 로메르의 영화를 보면 그림 앞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단 한 가지 자세는 바로 침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그림이나 음악 같은 예술작품을 보면서 섣불리 언어로 설명하기보다 언어가 설명할 수 없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때로 말할 수 없는 것,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더 중요하고, 더 많은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혹시 좋은 글을 쓰고, 좋은 책을 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와 같이 언어가 가진 경계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


정희모 연세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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