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공개시장에서 그 주식이 거래되어 수백·수천만의 소액주주가 존재하는 상장법인을 흔히 떠올립니다. 실제로는 수월한 은행 대출, 낮은 법인세율의 적용 등의 이점을 취하기 위해 몇명의 동업자, 혹은 가족이 주주가 되어 회사를 설립하는 소규모의 비상장 주식회사가 대부분입니다.
후자와 같이 소수의 주주로 구성된 주식회사는 주주가 단순히 출자비율 상당액의 주금을 납입한 투자자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회사의 핵심기술을 가진 개발자일 수도 있고, 사업의 확장에 도움이 되는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한 유명인일 수도 있지요. 이런 주주들은 주식출자금을 얼마 납입했는지보다 주주라는 사실 자체가 회사의 존립과 성장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런 회사라면 뜻이 맞고 사업에 도움이 되는 자들이 주주가 되어 설립하는 것 이상으로, 주주의 이탈을 막고 그 구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고려해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회사와 주주 간, 또는 주주 서로 간에 기존 주주가 주식을 타인에 양도하는 것을 규제하는 약정인데, 위와 같은 내용의 약정을 할 수 있는지가 문제입니다.
먼저 상법 제335조 제1항 본문이 “주식은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주식은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대법원도 위 규정이 주식 양도의 자유를 보장하는 내용이라고 해석합니다(2010. 7. 22. 선고 2008다37193 판결).
상법은 정관에 관련 규정을 두고 이사회의 승인을 받으면 주식 양도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면서도(제335조 제1항 단서), 약정을 통해 주식 양도를 제한할 수 있는지는 직접 규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에 관해서는 확립된 판례가 있습니다.
주식 양도를 제한하는 상법 제335조 제1항 단서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주주들 사이에서 주식의 양도를 일부 제한하는 내용의 약정은 ▲주주의 투하자본회수 가능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다면 당사자 사이에서는 원칙적으로 유효하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위와 같은 논리에 따라 ▲다른 주주의 동의 없이 주식을 처분하면 상당한 위약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 ▲주식 양도를 위해 출자자 전원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약정 등이 유효하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회사와 경쟁 관계에 있거나 분쟁 중에 있어 그 회사의 경영에 간섭할 목적을 가지고 있는 자에게 주식을 양도하였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를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하여, 그 약정이 유효하다는 취지로 판시하였습니다(2008. 7. 10. 선고 14193 판결, 대법원 2013. 5. 9. 선고 2013다7608 판결,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8다37193 판결 등).
한편 대법원은 회사와 주주들 사이에서 혹은 주주들 사이에서 ‘회사의 설립일로부터 5년 동안 주식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당사자 또는 제3자에게 매각·양도할 수 없다’는 내용의 약정을 한 사안에서 “그 약정은 주식 양도에 이사회의 승인을 얻도록 하는 등 그 양도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설립 후 5년간 일체 주식의 양도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이를 정관으로 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주주의 투하자본 회수의 가능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서 무효라는 이유로 정관으로 규정하여도 무효가 되는 내용을 나아가 회사와 주주들 사이에서, 혹은 주주들 사이에서 약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또한 무효”라고 판시하였습니다(2000. 9. 26. 선고 99다48429 판결).
최근에도 대법원은 출자자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만 주식 양도를 할 수 있도록 한 주주 간 협약이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는데, 그 근거로 “▲(전략) 이 사건 회사의 주주가 8명에 지나지 않아 다른 주주로부터 주식 양도에 관한 동의를 받는 것이 그 양도를 금지할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회사의 정관과 법인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이 사건 회사는 존립 기간이 설립 등기일부터 13년으로 정해져 있어 주주의 투하자본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면서, 주식 양도 제한약정은 그 내용이 실질적으로 주식의 양도를 금지하거나 주주의 투하자본 회수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어야 유효하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2022. 3. 31. 선고 2019다274639 판결).
이처럼 주식의 양도를 제한하는 약정은 당사자들 사이에서 유효한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장기간 주식의 양도를 금지하거나 주주의 수가 상당한 회사에서 주주 모두의 동의를 얻을 것을 조건으로 하는 등 형식적으로는 주식의 양도를 제한하는 내용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양도를 금지하여 투하자본 회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하는 약정은 무효라는 점을 유념하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바른 정현지 변호사 hyunjee.chung@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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