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에루샤’ 매출 3조… 가격 수차례 올려도 ‘명품’ 잘만 팔린다 [뉴스+]

입력 : 2022-04-21 15:00:00 수정 : 2022-04-21 19:24:2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에루샤’ 합산 매출 3조원 넘어
각종 논란에도 사려고 줄 서니
이미지 제고 노력 등 필요 없어
샤넬이 입점한 서울의 한 백화점. 연합뉴스

“샤넬은 오늘 사는 것이 가장 싸다.”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 등 주요 명품업체들이 한국 시장에서 높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에루샤의 합산 매출은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이들 업체는 그동안 수차례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지만, 한국인의 명품 소유욕을 꺾지는 못했다. 오히려 빈번한 가격 인상이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럭셔리 상품 시장 규모 세계 7위에 이름을 올렸다.

 

◆‘보복 소비’·‘플렉스’ 열풍

 

지난해 명품소비가 급증한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의 영향으로 ‘보복 소비’ 경향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중시하는 MZ세대까지 명품 소비 대열에 가세하면서 시장은 더욱 커졌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샤넬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조2238억원으로 전년(9296억원)보다 3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490억원으로 전년(1491억원) 대비 67%나 급증했다. 루이뷔통코리아의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40% 늘어난 1조4681억원으로 집계됐고, 영업이익은 3019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에르메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5275억원, 영업이익은 1704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6%, 28% 늘었다.

 

다른 고가품 브랜드들의 실적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디올의 지난해 매출은 6139억원으로 전년보다 87%, 영업이익은 2115억원으로 102% 성장했다. 불가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48% 늘어난 2722억원이었다.

서울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루이뷔통 매장 앞으로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호실적은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지난해 제품 가격을 여러 차례 인상한 가운데 달성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루이뷔통은 지난해 5차례, 샤넬은 4차례나 가격을 올렸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10월 최대 33%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올해 2월에도 최대 26%까지 가격을 인상했다. 특히 루이비통이 에르메스를 겨냥해 내놓은 ‘카퓌신MM’ 제품 가격은 코로나 전 616만원에서 현재 922만원으로 50% 가까이 올랐다. 샤넬의 대표 제품 클래식 플랩백(미디움) 가격은 1180만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1월(715만원) 대비 65% 가량 올랐다.

 

업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보복 소비’ 트렌드가 명품 브랜드 실적을 견인한 가장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해외 여행길이 막히자 여행 자금을 명품 소비로 돌리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팬데믹 사태로 해외여행에 쓰던 분기당 9조원대의 자금이 2020년 2분기부터 3조원 밑으로 떨어졌다”며 “남은 6조원이 국내 소비, 특히 명품 등 사치재 소비에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Z세대의 명품사랑이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구매력 있는 중장년층이 명품 소비의 주체였지만 지금은 MZ세대라는 새로운 소비 주체가 등장하면서 명품 소비의 한 축을 담당했다”며 “MZ세대의 ‘플렉스 소비’ 추세가 확산하면서 잇단 가격 인상에도 명품 업체 매출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명품업체, 한국 사회 기여 최저수준

 

한국인의 명품 소비 규모는 해마다 커지고 있지만, 해외 명품업체들의 한국 사회 기여도는 높아지지 않고 있다.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배당 등을 통해 해외 본사로 송금하기 때문이다.

에르메스. EPA연합뉴스

유한회사인 루이뷔통코리아, 샤넬코리아는 지분의 100%를 프랑스 또는 룩셈부르크에 있는 본사가 소유하고 있어 고액의 배당금이 모두 해외 본사로 흘러들어 가는 구조다. 역시 유한회사인 에르메스코리아는 서류상 본사는 서울이지만 ‘에르메스트래블리테일아시아 Pte Ltd’란 이름의 싱가포르 법인이 회사의 유일사원으로 등재돼 있다. 루이뷔통코리아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69%에 달하는 1560억원을 배당에 할애했고, 에르메스코리아는 76%인 960억원을 배당했다. 샤넬코리아의 배당액은 당기순이익의 39%에 해당하는 690억원이었다.

 

반면 기업의 사회공헌도를 가늠할 수 있는 기부는 한 푼도 하지 않거나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 삼성과 현대차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 현지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하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가장 이익 규모가 큰 루이뷔통코리아는 2020년과 마찬가지로 지난해에도 기부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메스코리아는 매출액 대비 비율이 0.085%에 불과한 4억5835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샤넬코리아의 기부액은 7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이 0.057%였다.

 

샤넬코리아는 매장에서의 화려한 이미지와는 달리 직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 논란까지 불거지며 노동조합이 근로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 진출한 명품업체들은 아무리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들이 줄 서서 사니 굳이 사회 공헌 활동에 큰돈을 쓸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라며 “한국은 ‘베블렌 효과’가 뚜렷한 소비 시장”이라고 말했다. 베블렌 효과란 가격이 오르고 있음에도 소비자의 과시욕 등으로 수요가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오마이걸 아린 '청순&섹시'
  • 오마이걸 아린 '청순&섹시'
  • 임지연 '여신의 손하트'
  • 이주빈 '우아하게'
  • 수현 ‘눈부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