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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우크라 중화기 지원 결정 후 ‘반전·평화’ 목소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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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06 09:50:00 수정 : 2022-05-06 09:4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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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 숄츠 총리와 통화에서 감사 표시
우크라 사태 후 소원해진 미·독 관계 정상화 수순
독일 국내선 "우크라 무기 제공 반대" 여론 확산
5일(현지시간) 독일 할베의 한 묘지에서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5년 4월 전사했다가 최근 77년 만에 시신이 수습된 독일군 병사 86명의 안장식이 열리고 있다. 할베=A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관계가 다소 소원해졌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과 독일이 정상 간 전화 통화를 갖고 러시아 제재 및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중화기를 제공키로 한 독일 연방의회 결의 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경험을 떠올리며 ‘반전(反戰) 평화주의’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져 독일 정부의 고심이 깊다.

 

5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전화로 통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독일의 안보지원 제공 결정에 감사의 뜻을 표시했으며, 숄츠 총리도 앞으로 사태가 끝날 때까지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자고 화답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군대를 배치하며 위기가 고조되던 지난해 말부터 얼마 전까지 미·독 관계는 ‘냉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좋지 않았다.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석유·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이 대(對)러시아 경제제재 등에서 소극적 태도를 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퇴임을 앞둔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했을 때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건설을 놓고 두 정상이 심한 말다툼을 벌인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미국 보수층에선 “독일이 미국의 믿음직한 동맹국 맞느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 가운데 대러시아 전선에서 가장 약한 고리” 등 악평이 쏟아졌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듯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서방 정상들 중 유독 독일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유럽연합(EU) 역내에서 최대 규모 경제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우크라이나를 충분히 돕지 않는 것은 물론 러시아산 석유·가스 수입을 통해 되레 러시아 측에 전쟁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방문하겠다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의 제안을 차갑게 거절한 바 있다.

지난 2월 미국 백악관을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워싱턴=AFP연합뉴스

이러다가 미국의 신뢰를 잃고 EU 지도국 자리마저 위태롭겠다 싶었는지 독일은 최근 일련의 진전된 조치를 내놓았다. ‘살상무기 해외반출 금지’ 원칙을 깨고 대포 등 중화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키로 하는가 하면 러시아산 석유·가스 수입 중단 의사도 내비쳤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숄츠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한 것도 바로 이 점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곧장 독일 국내에서 ‘역풍’이 일기 시작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화기 지원을 지지하는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46%에 그쳤다. 정작 독일이 중화기 공급에 난색을 표할 때에는 50%를 넘던 지지율이 막상 무기 지원이 성사되자 뚝 떨어진 것이다.

 

반면 중화기 제공이 잘못됐다고 답한 응답자는 44%에 달했다. 2차대전 종전 이후 독일의 오랜 전통인 ‘반전 평화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독일의 적극적인 개입이 제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응답자가 65%나 되는 것으로 나타난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여기에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러시아산 석유·가스 수입을 중단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긴밀한 협력 다짐에도 불구하고 숄츠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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