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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도 중립 재고하나… "나토보다 유럽軍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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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07 14:00:00 수정 : 2022-05-07 12: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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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BBC, 우크라 전쟁 후 달라진 스위스 소개
1815년 이후 영세중립국… ‘나치 옹호’ 논란도
"우크라 무기 지원 안돼" 입장에 회의론 확산
나토 가입도 반대… "유럽軍에는 참여할 용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소집된 스위스 연방의회 회의 시작에 앞서 의원들이 우크라이나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 의식을 갖고 있다. 베른=EPA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북유럽의 중립국 핀란드·스웨덴을 자극해 두 나라를 중립 포기 및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쪽으로 몰아가는 현실은 오늘날 국제질서의 지각변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중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세중립국 스위스마저 기존 중립 노선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면 어떨까.

 

영국 BBC 방송은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립국 스위스에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라는 제목의 심층분석 기사에서 요즘 스위스 국민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1815년 이후 영세중립국… ‘나치 옹호’ 논란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눈앞에서 무고한 이웃이 범죄자한테 당하는데 그냥 지켜보는 게 중립이냐’는 불만 섞인 회의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립의 대안으로 나토 가입을 심각하게 고려 중인 핀란드·스웨덴과 달리 나토 불신이 여전한 스위스 국민들은 이른바 ‘유럽군(軍)’의 창설 및 그 일원이 되는 것을 훨씬 더 선호한다는 것이 BBC의 설명이다.

 

스위스의 중립은 1815년 빈 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폴레옹 전쟁 이후 유럽 국제질서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이 회의에서 ‘스위스의 영원한 중립국화(化)’가 결정됐다. 20세기 들어 터진 제1·2차 세계대전에 거의 모든 유럽 국가가 참전했으나 스위스는 끝까지 중립을 지켰다. 물론 ‘중립’이란 미명 하에 뒤로는 침략자를 돕는다는 비난도 받았다. 2차대전 당시 스위스는 나치 독일이 자국 은행에 은닉한 자산을 동결하지 않았으며, 나치로부터 생명을 위협받는 유대인 수천명을 자국에 받아들이는 것도 거부했다. 이처럼 사실상 나치 독일을 ‘옹호’한 전력에 대해 스위스는 1990년대 사과를 한 바 있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시민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규탄하고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취리히=EPA연합뉴스

◆"우크라 무기 지원 안돼" 입장에 회의론 확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스위스는 유럽연합(EU)과 함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에 동참했다. 하지만 EU 회원국들처럼 탄약, 탱크 등 살상용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움직임에는 한사코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에선 “경제제재 동참은 돼도 무기 공급은 안 된다는 것이 당신네 나라가 말하는 ‘중립’이냐”며 스위스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눈길을 끄는 건 스위스 젊은이들 중에도 비슷한 회의감을 드러내며 “우리나라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고 얘기하는 이가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이다. 스위스 현지 언론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스위스 젊은이들이 우크라이나와 같은 전쟁에서 어떻게 중립을 지킬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며 “누가 좋은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인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과거 미·소 간 냉전 같은 것과는 차원이 전혀 틀리고, 이웃나라를 침략한 행위 그 자체가 범죄에 해당한다는 사고방식이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벨기에 브뤼셀 EU 정상회담 시작에 앞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인사하는 모습. 마크롱 대통령 재선을 계기로 EU 산하의 독자적 유럽군 창설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브뤼셀=EPA연합뉴스

◆나토 가입도 반대… "유럽軍에는 참여할 용의"

 

다만 최근 여론조사는 스위스인 대다수가 여전히 ‘중립’을 선호하고 나토 가입엔 반대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대체로 스위스 국민의 90%가량이 기존 중립 노선을 지지하고 있으며, “나토 회원국이 되어선 안 된다”는 답변도 3분의 2가량이나 됐다.

 

그런데 스위스 안보가 위협을 받는 경우 나토 대신 유럽방위공동체(EDU)의 일원이 돼 그 보장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응답자 중 52%에 달한 점은 아주 주목된다. EDU는 현재 존재하는 실체는 아니고 프랑스, 독일 등 EU 주도국들 간에 아직 협의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특히 프랑스가 EU 산하에 독자적인 ‘유럽군’을 만들어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EDU 구상 실현에 적극적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재선에 따라 유럽군 창설 추진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BBC는 “솔직히 200년 넘게 중립국 지위를 누린 스위스가 유럽군 참여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불과 몇 달 만에 스위스 국민들 생각을 바꾼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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