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급등·증시 급락 충격파
코스피 8거래일 연속 하락세
코스닥 어제 하루 3.77% 폭락
원·달러 환율 13원 ↑ 1288원
12년 10개월 만에 최고치 기록
비트코인도 14.5% 곤두박질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위험자산’을 피하려는 심리가 자본시장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도가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했다. 반면 국내 주식시장은 연중 최저점을 갈아 치우면서 시퍼렇게 멍들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바닥을 모른 채 추락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75.3원)보다 13.3원 급등한 1288.6원에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은 거래 내내 상승세를 유지했다. 장 시작부터 전거래일 대비 7.2원 오른 1282.5원을 기록하더니 오후엔 1290원마저 두 차례 넘어섰다. 종가 기준 5거래일 연속 상승이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290원을 넘어선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직후인 2020년 3월19일(1296.0원) 이후 2년2개월 만이다. 종가 기준으로는 2009년 7월14일(1293.0원) 이후 12년10개월 만의 ‘터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11일(현지시간) 전장보다 0.07% 상승한 104.020을 기록했다. 장 마감 기준 달러인덱스가 104를 넘어선 것은 2002년 12월23일(104.080) 이후 19년5개월 만이다. 안전자산 선호에 국고채 금리는 하락(채권값 상승)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거래일보다 2.8bp(1bp=0.01%) 내린 연 2.900%에 장을 마쳤다.
주식시장은 곤두박질했다. 코스피는 1.63% 하락한 2550.08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1년6개월 만에 최저치이며 5월 들어 8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장중에는 한때 255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이날 하루에만 각각 2801억원, 1566억원을 팔아치웠다. 코스닥 지수도 833.66으로 전 거래일 대비 3.77%나 급락해 종가 기준 연중 저점을 경신했다.
가상화폐도 추락했다. 이날 오후 3시45분 현재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14.5%나 떨어진 2만651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서는 13.25% 떨어졌다. 비트코인 하락은 ‘한국산’ 코인으로 일컬어지는 루나(테라)가 대폭락하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테라는 전일 대비 97% 넘게 떨어졌다. 미국 달러화와 가치 연동을 표방하던 테라의 UST(테라 스테이블 코인)가 1달러 밑으로 하락하자 UST 가치 유지에 연결된 테라도 타격을 입었다. 윤창배 KB증권 연구원은 “루나 재단은 27억달러 수준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매물이 출회될 것이라는 우려로 비트코인 가격의 동반 하락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스피 하락, 환율 급등 및 가상화폐 자산 하락 등은 전날 미국 뉴욕증시 급락을 통해 어느 정도 예견됐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26.63포인트(1.02%) 내린 3만1834.11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65.87포인트(1.65%) 떨어진 3935.18에 장을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73.43포인트(3.18%) 급락한 1만1364.24에 장을 마쳤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웃돈 것이 영향을 미쳤다. 4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8.3% 상승해 전망치 8.1%를 상회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