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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속용(續用)하는 영업 양수인의 변제책임 발생 시기 [알아야 보이는 법(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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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16 13:00:00 수정 : 2023-11-15 22: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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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사업을 시작하거나 영역을 확장하고 싶은데, 그 분야에 아무런 기반이 없어 부담스러울 때 많이들 택하는 방법이 다른 사람이 하던 가게나 사업체를 이어받는 것입니다. 이처럼 영업주가 교체되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 이전과 실질적으로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영업을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을 상법에서는 ‘영업양도’라고 합니다.

 

상법상 영업양도의 대상이 되는 영업은 ‘영업용 재산’과 ‘재산적 가치 있는 사실관계’로 구성됩니다.

 

먼저 영업용 재산은 부동산과 동산, 채권, 물권, 무체재산권 등 평가 가능한 모든 적극재산뿐만 아니라 소극재산, 즉 부채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재산적 가치 있는 사실관계는 영업상의 고객 관계와 영업의 내부 조직, 영업비결, 확보된 판매망 등 기존의 경영과 영업활동에 의해 축적된 무형의 자산으로서 영업권이라고도 합니다.

 

예컨대 전국적으로 이름난 음식점의 점포와 조리시설, 요리법, 요리사, 식재료 거래처 등을 기존 점주로부터 통째로 넘겨받아 장사를 계속한다면 상법이 규정한 영업양도가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업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는 일부 재산을 양도대상에서 제외하더라도 여전히 상법상 영업양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법상 영업양도는 영업양도 계약이라는 당사자 간 채권계약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영업양도에 의해 양수인에게 이전되는 구체적인 재산이나 사실관계의 범위는 당사자의 계약 내용에 따라 정해집니다.

 

이때 보통 문제가 되는 것이 영업상 채무의 인수입니다. 채무를 인수하는 대신 그 사정을 반영하여 영업양수의 대가를 저렴하게 조정하기도 하지만, 채무의 액수와 변제기(辨濟期) 등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위험 등을 고려하여 양도대상 재산에서 특정 채무를 제외하는 일도 잦습니다. 이처럼 채무 인수 없이 영업이 양도됐을 때 양도인의 채권자는 실질적인 담보로 생각했던 양도인의 영업으로부터 그 채권을 추심할 길이 없어집니다.

 

이와 관련하여 상법 제42조 제1항은 “영업양수인이 양도인의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에는 양도인의 영업으로 인한 제3자의 채권에 대하여 양수인도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하여, 양도인의 채권자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양수인이 채무를 인수하지 않고 영업을 양수하였음에도 양도인의 상호를 계속 사용함으로써 영업양도의 사실이나 채무 인수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이 대외적으로 판명되기 어려울 때 양수인에게도 변제의 책임을 지우기 위한 것입니다. 양수인이 속용(續用)하는 명칭이 상호 자체가 아니라 옥호(屋號) 또는 영업표지 등이어도 마찬가지입니다(관련 판례는 상법 제42조 제1항을 유추적용합니다).

 

또한 상법 제42조 제2항은 양수인이 영업양도를 받은 뒤 지체 없이 양도인의 채무에 대한 책임이 없음을 등기한 때나, 양도인과 양수인이 지체 없이 제3자에 대하여 그 뜻을 통지하면 양수인이 변제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편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상호를 속용하는 영업양수인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채무 인수가 없는 영업양도에 의하여 채권 추구의 기회를 빼앗긴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영업양도에도 채무 인수 사실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악의의 채권자에 대해서는 상법 제42조 제1항의 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통설과 판례의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채권자가 영업양도에도 채무 인수 사실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기만 하면 양수인은 언제나 변제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은 “채권자 보호의 취지와 …(중략)… 양수인의 책임 없음을 등기하거나 통지하는 경우에는 영업양도를 받은 후 지체 없이 하도록 규정한 상법 제42조 제2항의 취지를 종합하면, 채권자가 영업양도 당시 채무 인수 사실이 없음을 알고 있었거나 그 무렵 알게 된 경우에는 영업양수인의 변제책임이 발생하지 않으나, 채권자가 영업양도 무렵 채무 인수 사실이 없음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영업양수인의 변제책임이 발생하고, 이후 채권자가 채무 인수 사실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영업양수인의 변제책임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2022. 4. 28. 선고 2021다305659 판결).

 

결국 양도인의 채권자가 영업양도 당시 또는 그 무렵 채무 인수 사실이 없음을 알지 못하였고, 양수인이 영업양도를 받은 뒤 지체 없이 자신의 책임 없음을 등기하거나 채권자에게 통지하지도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법 제42조 제1항에 따른 영업양수인의 변제책임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미 영업양수인의 변제책임이 발생한 뒤에는 채권자가 채무 인수 사실이 없음을 알게 된다 하더라도 양수인은 변제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영업양도를 통해 양도인의 가게나 사업체를 이어받은 양수인은 양도인이 축적한 신용이나 명성을 향유하기 위해 양도인의 상호나 옥호, 영업소의 명칭 등을 상당 기간 계속 사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때 양도인과 사이에서 영업상 채무를 인수하지 않기로 합의하더라도 상법 제42조 제1항에 따라 책임을 부담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그러한 사실을 등기하거나 채권자에게 통지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바른 정현지 변호사 hyunjee.chung@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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