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내부 ‘옐로스톤 효과’ 제기
전쟁 장기화 등 곳곳서 물가 자극
일각 “금통위마다 금리 인상 가능”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인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1998년 3개월 넘게 산불이 지속된 아픈 경험이 있다. 산불 한 번으로 3분의 1이 넘는 80만에이커(1acre=약 4000㎡)의 숲이 소실됐고 최소 80만마리의 동물이 숨졌다. 이를 계기로 국립공원 당국의 산불 관리 정책은 잔불까지 모조리 꺼 발화율을 낮추는 것에서 일부러 작은 산불도 내면서 산불이 커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예방적 발화 정책’으로 선회했다. 통제할 수 있는 작은 산불로 큰 산불을 예방한다는 ‘옐로스톤 효과’의 유래다.
오는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앞두고 최근 물가 상승 및 금리 인상(인플레이션) 상황을 산불에 비유해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한은 내부에서 나왔다.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발언이 단순한 경고 차원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17일 한은에 따르면 내부 소식지 최근호 권두에 ‘통제 가능한 적정한 인플레이션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인플레이션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기 전에 사전에 통제하고 예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기고문이 실렸다.
적절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통해 화폐 구매력이 감소하게 되면 저축 성향 대비 소비 성향이 커지게 되고, 소비 촉진 및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인플레이션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기업의 생산비용을 높이고, 소비자의 실질구매력을 낮춰 경제주체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기고문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주목받고 있지만, 금리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인플레이션 산불이 대형 산불로 번지는 임계점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열린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도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해 분명한 신호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금리 인상에 공감을 이루며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인도네시아 팜유 및 인도 밀 수출 금지 등의 상황이 추가된 가운데,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빅스텝 필요성이 낮다”던 이 총재의 입장은 “빅스텝을 배제할 수 없다”로 바뀌었다. 이후 한은이 ‘원론적인 입장’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이틀 연속 3%를 넘어서는 등 시장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대신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물가 상승 압력이 상존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까지 금통위마다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며 “기준금리는 5월과 7월 인상 이후 11월과 내년 1월까지 추가 인상되며 최종적으로 2.5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시중금리의 인상도 잇따르는 만큼,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상단이 연 7%에 다다른 가운데 루나와 테라USD(UST) 폭락 사태까지 터지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일수록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한은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시 대출자의 이자부담이 3조3404억원(1인당 약 16만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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