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학생증 등 ‘암표 거래’로 몸살…학생들 범죄피해·안전사고도
일부 대학, 연예인 초청보다 ‘학생 참여형 축제’로 건전한 분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잠잠했던 대학들이 일제히 대면 축제를 재개하면서 대학가가 들뜬 분위기로 고조되고 있다.
각 대학은 3년만에 재개되는 대면 축제에 ‘역대급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지만, 유명 연예인을 섭외하기 위해 고액의 비용을 쓰는 것은 물론 연예인을 보기 위해 티켓이나 학생증을 사고 파는 ‘암표 거래’ 등도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5일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는 서울 주요 대학들의 축제 기간이 몰려있는 ‘수퍼위크’다.
건국대와, 중앙대, 한양대는 이날부터 2~3일간의 일정으로 축제가 진행 중이다. 고려대는 지난 23일부터, 경희대는 24일부터 이미 축제가 열려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한국외대는 26일부터 시작된다.
서울대는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3년 만의 대면 봄 축제를 개최했고,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도 11일부터 13일까지 대동제를 진행했다.
각 학교의 총학생회와 학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2년간 캠퍼스 라이프를 누리지 못한 ‘코로나 학번’들의 아쉬움과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더 열심히 준비했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각 대학들은 이름난 연예인을 전면에 포진한 말 그대로 역대급 라인업을 내세우며 재학생뿐만 아니라 타학교 학생, 일반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구체적으로 한양대는 싸이·에스파·다이나믹듀오·지코·잔나비 등을 초대했고, 고려대도 에스파·악동뮤지션 등을 초청했다.
이와 관련해 한 대학 관계자는 “한 팀당 2000만원씩은 잡기 때문에 1억원 이상을 쓴 것은 확실하다”며 “3년만의 축제이다 보니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들이 대면 축제를 열면서 연예인들의 수요가 급증한 탓에 유명 연예인의 경우 20분 공연에 5000만원에 달하는 등 고액의 연예인 섭외 비용 문제는 대학축제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대학 축제를 보기 위해 티켓이나 학생증을 구하는 ‘암표 거래’가 등장하기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함께 축제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학생들의 범죄 피해나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3일 오후 10시께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 축제에서는 20대 여성이 공연을 보던 중 누군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연예인을 보기 위해 학생과 일반인 등이 뒤섞여 인파가 몰린 상황이었기 때문에 경찰이 용의자 추적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에서는 지난 24일 오후 6시35분께 교내 주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작은 화재가 발생해 주변에 있던 학생이 손을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기에 교내 기숙사와 학교 인근에 사는 학생들은 축제로 인한 소음 문제를 호소하기도 한다.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축제여도 잠은 좀 자자. 일주일 동안 소리 지를 거냐”, “술 게임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자겠다” 등의 불만이 다수 올라왔다.
축제 주최 측은 안전 관리와 사건·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학교들은 연예인 초청보다는 학교 자체 행사에 초점을 맞춰 색다른 축제 문화를 만들고 있다.
한국외대는 본교 특성을 살려 세계 여행 콘셉트의 부스들을 설치해 각국의 문화를 간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을 준비했다. 또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침체했던 동아리 활동을 되살리기 위한 동아리박람회도 함께 연다.
중앙대는 연예인 무대보다는 버스킹, 플리마켓, 영화제 등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특히 중앙대 비대위는 고질적인 쓰레기 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로깅’(쓰레기를 주우며 하는 조깅) 프로그램을 3일간 진행한다.
경희대와 고려대는 축제 공연 관람석에 장애학생을 위한 ‘배리어프리 존’을 운영한다.
한편 총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한 연세대는 아직 축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올 가을로 ‘아카라카’를 연기했다. 또 연세대와 고려대가 축구·농구·야구·아이스하키·럭비 5개 종목을 두고 대결을 펼치는 ‘연고전’은 올해 9월 3년 만에 정상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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