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기업가 등 셀럽이 주 사용자
SNS 중 이용자 적지만 영향력 막강
‘아랍의 봄’·홍콩 시위 당시 빛 발휘
日 지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 타”
유언비어 확산… 극우 활개 조장 우려
전문가 “민주주의 위해선 절제 필요
SNS도 사용자 확인 절차 도입해야”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반이며, 트위터는 인류의 미래에 필수적인 문제가 논의되는 디지털 광장이다. 트위터를 그 어느 때보다 더 낫게 만들고 싶다.”
세계 제일 부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세계인이 애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 인수를 확정하며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다.
자칭 ‘표현의 자유 절대주의자’(Free Speech Absolutist)의 일성(一聲)에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발전의 기초이자 수정헌법 제1조에서 규정한 미국 최고의 가치이지만, 동시에 책임이 결여될 경우 혐오의 자유, 가짜뉴스의 자유도 옹호할 수 있어서다.
특히 표현의 자유를 앞세운 트위터 인수에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머스크는 지난 1월 미국 의회 의사당 폭도 난입사건 당시 유혈 폭력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영구 폐쇄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복구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민주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트위터, ‘대중의 광장’보단 ‘셀럽의 무대’
트위터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전 세계적으로 3억3900만명(워싱턴포스트 보도)이다. 페이스북(20억명), 인스타그램(10억명), 틱톡(6억5600만명), 스냅챗(4억2800만명)보다 적다. 미국인의 주요 SNS 이용률(퓨리서치센터 4월 조사)은 유튜브(81%), 페이스북(69%), 인스타그램(40%), 스냅챗(25%), 트위터(23%), 왓츠앱(23%) 순이다.
트위터는 전 세계 사용자 수나 미국인 이용률과 같은 외형적 수치에서 다른 SNS에 밀리지만 질적 영향력은 막강하다. 국제적인 정치인과 기업가, 연예인, 예술가, 스포츠맨 등 셀럽(유명인사)이 주요 사용자로 등록되어 있어 여론 형성과 전파에 주도적 역할을 한다.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인 바이든과 버락 오바마를 비롯해 저스틴 비버(가수), 케이티 페리(가수) 등이 망라된다. 각국의 주요 정부나 공공기관, 기업도 트위터 계정을 개설하고 있다. 머스크가 인수를 결정한 배경이다.
트위터는 이런 특성 탓에 다른 SNS와 비교할 때 ‘대중의 광장’이라기보다는 ‘셀럽의 무대’ 성격이 강하다. 제마이머 켈리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는 트위터에 대해 “광장이 아닌 극장”이라며 “유명 트위터 사용자의 목소리는 증폭되지만,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트위터의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국내외적인 담론 형성 능력도 뛰어나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트위터 사용자의 70%는 트위터로 뉴스를 접한다고 밝혔다. 그중 67%는 해당 뉴스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특히 언로(言路)가 차단된 권위적 체제, 폐쇄 사회에는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때도 있다. 대표적으로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당시 사회운동의 주요 수단으로 쓰였다.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 때도 주요 정보원(源)이었다.
◆빛이 밝은 만큼 짙은 그림자… 혐오 배설도
현재 미국에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를 찬성하는 여론이 우세하다. 여론조사업체 해리스의 조사(지난달 15∼17일, 미국인 2028명 대상)에서 59%가 인수를 지지했다. 여성(53%)보단 남성(65%), 민주당 지지자(53%)보단 공화당 지지자(71%)의 찬성 비율이 훨씬 높았다. 또 밀레니얼세대(25∼40세)의 지지(65%)가 다른 세대보다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밀레니얼세대는 SNS의 순기능에 주목했다. 억만장자가 트위터를 포함한 소셜미디어를 인수하는 것이 민주주의에 도움이 된다고 봤고(71%), 표현의 자유를 증진하고(72%) 인터넷의 언론 자유를 높인다고(73%) 믿었다.
밀레니얼세대가 트위터 사용자 전체 평균보다 트위터를 포함한 SNS를 상당히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5월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트위터 사용자 중 ‘트위터가 민주주의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답한 비율은 37%에 불과했다. ‘영향 없다’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27%, 38%였다. 이 질문은 민주·공화당 지지 성향에 따라 답이 갈렸다.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응답 비율이 민주당 지지 성향 중에는 47%인 것에 비해 공화당 지지 성향 중에는 17%에 그쳤다. 불신이 누적돼 온 미국 보수 진영이 ‘트위터를 표현의 자유를 위한 천국으로 만들겠다’고 호언한 머스크에 열광하는 배경이다.
다른 SNS처럼 타자에 대한 혐오는 지금도 트위터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2월 일본 후쿠시마(福島)·미야기(宮城)현에서 규모 7.3의 강진 발생 후 일본인 트위터 계정에는 “조센진(조선인)이나 흑인이 우물에 독을 넣고 있다”는 유언비어가 확산했다. 1923년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조센진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흑색선전에 재일 한인이 집단적으로 학살당한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머스크의 트위터’는 앞으로 극우 활개의 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유명인 리트윗에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트위터 특성상 자극적·극단적 주장이 함부로 날뛸 것이라는 설명이다.
◆“무제한 ‘표현 자유’, 극단주의·독재에 도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결국 절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회심리학자인 조너선 하이트 미국 뉴욕대 교수는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가 익명이며, 추적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 온라인에서 반사회적 행동을 확률이 더 높아진다”며 혐오표현, 가짜뉴스 등 SNS의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처럼 SNS도 사용자를 철저히 확인하는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최소한의 규제 장치도 사라지면 오히려 비민주적인 권위주의 정권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정권의 선전 도구로 SNS를 무제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인도의 팩트체크 사이트 알트뉴스 설립자인 프라틱 시냐는 머스크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 간부들을 거론하며 “그들은 권위주의 정부가 온라인 상에서 반대 의견을 어떻게 억압하는지, 증오와 폭력을 어떻게 부추기는지 전혀 모른다”고 일갈했다.
머스크가 쏘아 올린 논란과 맞물려 세계 각국은 SNS 콘텐츠 규제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디지털서비스법(DSA) 제정에 합의했다. 이 법은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자사 플랫폼에서 허위나 유해 정보를 방치할 시 매출액의 최대 6%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미국, 영국 등 의회에서도 발의됐다.
◆“트위터, 블록체인 활용 웹 3.0 기반 땐 비익명 공간 변화… 책임있는 정보 유통”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가 앞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해 표현의 자유와 책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디지털미디어 전문가 박한우(사진) 영남대 디지털융합비즈니스대학원 교수는 27일 트위터에 대해 “일종의 쇼핑몰과 같은 상업적 공간에서, 행위제한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주장과 표현의 자유를 다 풀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할 것’이라는 반론이 동시에 존재한다”며 “그런데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이런 (대립) 차원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블록체인을 이용한 웹 3.0을 기반으로 하면 트위터는 비익명화한, 실명에 가까운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며 “웹 3.0에서는 콘텐츠 수정이나 삭제가 힘들어 책임 있는 (정보)발신이 이뤄질 것이고, 그래서 민주주의에 훨씬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했다.
웹 3.0은 데이터 소유권을 플랫폼이 가지는 웹 1.0(웹사이트 제작자 중심의 일방적인 콘텐츠 제공)이나 웹 2.0(소셜미디어처럼 이용자도 콘텐츠 생산 공유)과는 달리 블록체인을 이용해 개인이 보유하는 새로운 인터넷 환경을 말한다. 머스크는 현재로선 웹 3.0에 대해 실체가 없다는 부정적 입장이다. 박 교수는 “머스크가 무엇을 보여주느냐는 것은 결국 우주선을 만들어 쐈듯이 기존 데이터 플랫폼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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