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도 ‘항공대란’…주말 수만명 공항서 발 묶여

코로나19 인력난에 연휴까지 겹쳐…항공편 200편 결항
항공업계, 정부에 지원 요청…정부, 업계에 책임 돌려

지난달 31일 영국 개트윅공항에 몰린 휴가객. EPA 연합뉴스

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인력난 조정 등의 문제로 비행기가 잇따라 취소되는 등 항공편 대란이 일어났다.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항공업계의 인력난과 함께 최근 전국적인 휴가철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유럽 곳곳에 있는 영국인 여행객 수만명이 주말 동안 항공편이 200편 가까이 결항하면서 공항에 발이 묶이는 신세가 됐다.

영국 저가 항공사 이지젯은 이날 하루에만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프랑스 니스, 스위스 제네바 등지에서 출발하는 항공편 80편을 취소했다. 회사는 사과 공지를 올리며 고객서비스 운영시간을 늘리고 필요한 경우 숙박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영국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항공업계의 인력난과 더불어 최근 전국적인 휴가철이 맞물리면서 혼선이 불거졌다. 

이는 앞서 미국에서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메모리얼 데이(미국 현충일·5월 30일) 연휴 때 전 세계에서 7000건이 결항된 항공대란과 비슷한 양상이다.

영국에서는 3월 중순 코로나19로 묶였던 국제선 여행 제한이 풀리면서 여행 수요가 급증했지만 항공사와 공항의 인력 상황은 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 2년간 여행 수요가 얼어붙으면서 관련 업계에선 대규모 직원 감축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즉위 70주년을 기념하는 ‘플래티넘 주빌리’ 휴가철이 이날 마무리되고,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학교 중간방학 일정까지 겹치면서 여행객이 한꺼번에 몰린 것이다.

항공업계는 연휴를 대비하면서 정부의 지원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업계는 이민자 고용을 늘리고자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연휴 공항에 군 지원단을 투입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으나, 그랜트 섑스 영국 교통장관은 항공사에 책임을 돌리며 이를 일축했다.

주말 동안 영국과 유럽 대륙을 잇는 고속열차 유로스타 운행이 차질을 빚는 일도 발생했다.

프랑스에서 전력 공급 문제로 IT 시스템이 불통이 되면서 파리를 오가는 차편이 취소되거나 지연된 것이다.

유로스타는 공지를 올리고 “승객들은 일정이 꼭 필요하지 않으면 뒤로 미룰 것을 권고한다”고 전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