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총리실 요직 등에 검사들 기용
공정거래위장도 ‘尹인맥’ 강수진 내정
판사출신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 유일
野 “검찰공화국”… 하태경 “출신 다양해야”
검찰 출신 인사들이 윤석열정부의 인사 결정 라인과 사정기관의 요직을 꿰찬 데 이어 비법무 부서에도 배치되자 당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일까지 임명·발표된 윤석열정부의 차관·비서관급 이상 인사 중 판·검사와 검찰 수사관 등 법조계 출신은 12.5%지만 검찰 출신 편중과 전진 배치가 이어지자 ‘검찰 공화국’이라는 야권의 비판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이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일 세계일보가 새 정부에서 임명되거나 지명된 인사 가운데 내각에서는 차관급 이상, 대통령실에서는 비서관급 이상 인사 120명의 출신을 파악한 결과, 모두 15명이 법조계 출신으로 집계됐다. 이 중 판사 출신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제외하면 14명이 검찰 출신이다. ‘검찰개혁’을 강조한 문재인정부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에 비검사 출신 위주로 인사를 단행한 것과 비교하면 검찰 출신 인사들의 중용이 두드러진다. 박근혜정부도 법조인을 대거 중용했지만, 판사 출신을 방송통신위원장·국가인권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판·검사를 두루 기용했다.
특히 외견상 검사 출신은 윤 정부 고위급 인사 10명 중 1명꼴이지만 검경과 국정원 등 사정기관 요직과 인사 추천·검증 라인을 검찰 출신이 맡으면서 질적인 파워는 더욱 막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각각 검찰과 경찰청을 외청으로 둔 법무부와 행안부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 장관이 임명됐다. 국정원 인사와 예산을 책임지는 기조실장에 대검찰청 형사부장으로 과거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을 보좌한 조상준 전 서울고검 차장검사가 임명되면서 검경에 이어 국정원도 윤 대통령과 인연을 오랫동안 맺어 온 최측근이 기용됐다. 대통령실과 내각의 인선은 추천부터 최종 검증까지 검찰 출신 인사들의 손을 거치게 된다. 복두규 대통령실 인사기획관과 이원모 인사비서관 등의 추천을 시작으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의 검증 문턱을 넘어야 임용이 가능한 구조다.
비법무 분야로도 검찰 출신의 기용이 확대되고 있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의 경우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경기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에 출마를 포기하면서 인사 발표 임박해 보훈처장으로 발탁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 공안·기획통으로 알려진 박성근 전 서울고검 검사의 국무총리 비서실장 기용도 눈에 띈다. 공정거래위원장에 사실상 내정된 공정거래 전문가인 고려대 강수진 교수(법학전문대학원)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검사 출신이다. 강 교수는 과거 윤 대통령과 성남지청 근무 시절 이노공 법무부 차관과 함께 ‘카풀’을 함께했을 만큼 돈독한 인연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에서도 ‘검찰 편중’ 인사에 대한 공개적인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인간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래도 검찰에 많겠지만 줄일 필요가 있다”며 “다양한 출신을 중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반면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 중에서 검증된 사람을 주요 포스트에 배치하는 것은 크게 비판할 것이 아니다”라며 “과거 정부와 비교해 크게 많다고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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