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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맞은 여성 자궁경부암 70~80% 예방… 만 26세전 접종 필요”

입력 : 2022-06-13 01:00:00 수정 : 2022-06-12 20: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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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학생 자녀에 접종 거부감 크지만
어릴적에 맞는 것이 면역형성 더 잘돼

과거 日서 뇌손상 등 부작용 논문 파문
치명적 오류·잘못된 해석 드러나 철회

15∼34세 여성 3번째로 높은 발생률
백신 접종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어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한승수 교수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불신이 퍼져 있는데, 근거로 제시되는 논문은 이미 2018년 철회됐고 이후 대규모 연구에서 우려할 만한 부작용이 나온 것은 없다”며 “‘암 백신’으로 불려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암의 원인이 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Human Papilloma Virus)에 대한 백신인 만큼 신생아부터 거의 한 달 간격으로 맞는 많은 바이러스 백신과 다르지 않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중앙대병원 제공

“암을 예방하는 백신을, 그것도 초등·중학생 어린 자녀에게 맞히니 거부감이 든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암 예방접종이라고 부를 뿐, 자궁경부암 백신은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HPV), 즉 바이러스 백신입니다. 신생아부터 만 2세까지 집중적으로 맞는 풍진, 결핵, 간염, 뇌염 등 백신도 모두 바이러스 백신이에요. 어릴수록 면역 형성이 잘되기 때문에 영유아 접종을 하는 것이죠. HPV 백신도 어릴수록 효과가 좋습니다. 다만 HPV는 성관계 시 주로 전파되는 바이러스인 만큼 너무 어릴 때 맞을 필요가 없을 뿐입니다.”

다른 영유아 예방백신과 달리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에 대한 불신은 인터넷에서 수년째 논란이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생긴 백신 거부감까지 한몫하며 각종 음모론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한승수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의 필요성과 안전성을 거듭 강조했다.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불신이 처음 생긴 것은 2013년, 일본에서다. 일본에서 백신 접종자 일부가 보행장애 등 길랑-바레 증후군 부작용 의혹을 제기했고, 여기에 도쿄 의대에서 HPV 백신을 쥐에게 접종한 결과 운동기능과 뇌 손상이 유발됐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게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한 교수는 이에 대해 “당시 논문은 산부인과도 아닌 치과대 논문인 데다가 치명적인 오류와 잘못된 해석 문제를 받아들여 2018년 5월에 철회됐다”며 “100여곳의 국가에서 국가예방접종을 하고 있지만 논란이 발생한 곳도 일본 한 곳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접종군과 비접종군 사이의 대규모 연구 결과에서 약물로 인한 중대한 부작용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나왔다는 보고는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발표된 11∼14세 여아에 대한 빅데이터 연구에서도 하시모토 갑상선염, 류머티즘 관절염, 악성 두통을 포함한 33개의 심각한 합병증과 백신 접종이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HPV 백신이 자궁경부암 발병 감소에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논문은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부작용’ 각인이 더 크게 남았다.

“부작용 없는 약물은 없습니다. 가정상비약인 타이레놀조차 부작용이 있죠. 그중에서는 치명적인 것도 있습니다. 자궁경부암 예방접종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작용이 없을 순 없죠. 다만 그 빈도와 중대성에 대해서는 선입견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잘못된 인식으로 ‘암 예방’이라는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것이죠.”

한 교수가 이 백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궁경부암은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한 ‘유일한 암’이기 때문이다.

자궁경부암은 여성의 자궁 아래쪽으로 질과 연결된 자궁목(자궁경부)에 생기는 악성종양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9년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3273명, 여성에게서 발생하는 암 중 10위를 차지했다. 특히 15∼34세 여성에서는 3번째로 높은 발생률을 보이는 암으로, 2020년 자궁경부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총 810명이다.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되는 것이 바로 HPV 감염. 환자의 99.7%에서 HPV 감염이 확인된다. HPV는 150여종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20여종이 암과 연결된다. 특히 16, 18형 바이러스가 자궁경부암의 약 70%를 일으키는 치명적인 고위험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한 교수는 “백신에 의한 자궁경부암 예방 효과는 70∼80%”라며 “‘9가’ 백신 접종 후 만 16∼26세 여성에서 HPV 31, 33, 45, 52, 58 관련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 및 전암병변에 대한 96.7% 예방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만 26세 이전 접종이 권장된다. 국가예방접종사업에서는 만 17세 이하, 만 26세 이하 저소득층의 경우 2가, 4가 백신을 2∼3차례 무료로 접종해 준다. 접종 횟수는 대상자의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만 26세 이전 접종이 권고되지만 45∼55세 여성에서도 백신의 효과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수는 흡연과 바이러스 감염경로가 되는 성관계에 대해서는 자궁경부암 위험을 높이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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