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2시 기준 ℓ당 2068원
고급 휘발유 3000원 육박하기도
WTI 가격 120달러대 유지 따라
일각 “유류세 인하 폭 더 늘려야”
국제유가가 120달러를 넘어서고 국내 기름값도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 판매되는 고급 휘발유의 경우에는 ℓ당 3000원에 육박하는 곳까지 나타났다. 급등하는 유가에 정부의 유류세 인하 효과는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다. 게다가 석유류 가격 급등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전체가 상승하고 있지만 정부가 추가로 쓸 수 있는 뚜렷한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2일 오후 2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68.07원으로 전일 대비 3.48원 올랐다.
정부가 지난달부터 유류세 30% 인하를 단행했지만 시행 첫 주에만 국내 휘발유 가격이 내렸을 뿐 지난달 7일부터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6일(2001.53원) 2000원대를 넘어선 이후에도 계속 올라 지난 11일에는 2064.59원으로 기존 최고가인 2012년 4월18일(2062.55원) 기록을 10년2개월 만에 갈아치웠다. 경유 가격도 지난달 24일(2000.93원) 2000원대에 들어선 데 이어 매일 최고가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12일에는 2067.40원으로 전날보다 3.87원 올랐다.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석유제품 수급난 영향으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산 석유제품에 대한 세계 각국의 제재가 이어지면서 수급 불확실성은 더 커진 상황이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이번 주 국제 휘발유 가격은 주요 투자은행의 유가 전망 상향 조정, 중국 상하이 봉쇄조치 완화 등의 영향으로 상승세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기름값이 폭등하고 있지만, 정부는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휘발유·경유·LPG부탄에 대한 유류세 30% 한시 인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역대 유류세 인하 조치 사상 최대 폭으로, 100% 소비자가격에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휘발유 1ℓ당 247원의 가격 하락 효과가 발생한다. 경유는 ℓ당 174원, LPG부탄은 ℓ당 61원 절감된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도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사실상 인하 효과가 상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인 유종인 휘발유 가격은 국제 휘발유 가격, 관세, 석유 수입 부과금, 기타 유통비용 등이 포함된 세전 판매가격과 세금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유류세는 정률이 아니라 정액인 만큼 국제유가가 올라도 변동이 없지만, 세전 판매가는 국제유가에 따라 움직인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유류세 인하분을 넘어서면 석유류 가격은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제유가는 최근 들어 더욱 큰 폭으로 올라가고 있다. 이달 8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3월 초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배럴당 120달러를 웃돌았고, 이후에도 12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유류세 실질 인하 폭을 최대한도(37%)까지 높일 수는 있지만, 이럴 경우에도 유류 가격 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유류세 인하 폭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은 유류세를 최대 100%까지 감면할 수 있도록 인하 폭을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교통·에너지·환경세법과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름값 급등은 미국 상황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갤런(1갤런=3.8ℓ)당 5달러(약 6400원)를 넘어섰다.
지난 11일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전국 평균 일반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5.004달러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5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 한 주 사이에만 0.19달러(약 243원) 상승했다. 휘발유 가격 상승은 미국의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견인하는 중이다. 미국 노동부가 전날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8.6% 상승해 1981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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