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설치의 근거가 된 국민의힘 당헌 개정을 두고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국민의힘이 법정에서 첨예하게 맞섰다. 이 전 대표 측은 이미 벌어진 행위를 비상상황이라고 정의하기 위해 뒤늦게 끼워 맞춘 ‘소급입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국민의힘 측은 비대위 전환 요건을 규정하는 건 각 정당 고유의 권한이라고 받아쳤다. 법원은 오는 28일 추가 심리를 진행한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재판장 황정수)는 14일 이 전 대표가 제기한 국민의힘 당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을 진행했다. 국민의힘이 지난달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한 결정에 반발해 이의를 신청한 건에 대한 심문도 이날 함께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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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심문의 핵심 쟁점은 국민의힘이 최근 개정한 당헌의 정당성이 확보됐는지 여부였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된 이후 당헌을 개정해 비대위 전환 요건을 구체화했다. ‘선출직 최고위원 및 청년 최고위원 중 4인 이상의 사퇴 등 궐위’ 상황이 발생하면 최고위원회 기능이 상실된 것으로 본다는 게 핵심이다. 기존 비대위 전환 요건에 포함된 ‘당대표 궐위’ 외에도 최고위 회의에서 전원 찬성으로 비대위 설치를 의결하면 비대위를 출범할 수 있도록 했다.
◆이준석 측 “개정 당헌은 위헌·위법·무효”
이 전 대표 측은 개정된 당헌이 사실상 현 상황을 ‘비상상황’이라고 규정하기 위해 뒤늦게 수정한 ‘소급입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전 대표 변호인은 “과거 배현진 전 최고위원 등 4명의 최고위원이 사퇴했다는 행위는 종결된 행위”라며 “이 사건과 관련한 개정 당헌은 결국 소급입법”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 측은 당의 비상상황을 새로 규정한 개정 당헌이 정당법의 취지에도 반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의 과반수가 동의하는 경우 비대위로 전환할 수 있게 하고 있고, 정의당은 당 대표 및 부대표 전원이 동의할 때 비대위 전환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며 “그런데 국민의힘은 당 대표만 궐위해도, 최고위원 4명만 사퇴해도 바로 비대위로 전환 가능하다. 이는 헌법과 정당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기에 위헌이고 위법, 무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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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소 제기 자격 없어…당헌 개정은 정당 뜻”
국민의힘은 크게 2가지 논리로 이 전 대표 측의 주장에 맞섰다.
우선, 국민의힘은 당헌 개정이 이 전 대표 지위 상실의 직접적 원인이 된 것은 아니기에 이번 가처분 신청은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변호인은 “이 전 대표 측은 당헌 개정만으로 대표의 지위와 권한이 상실된다고 주장하지만, 이 전 대표는 비대위 설치로 권한을 상실하는 것이지 당헌 개정만으로 권한을 박탈당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렇기에 이 전 대표는 가처분 신청 이익이 없고, 부적법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가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개정 당헌에 대해 소를 제기할 권한도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면 당사자 적격이 있겠지만 현재는 이 전 대표가 당원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며 “그렇기에 당헌 개정에 대한 시비를 걸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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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개정 당헌 내용을 문제삼은 이 전 대표 측 주장에 대해선 ‘정치적 의사결정’이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변호인은 “당헌에서 비대위로 가기 위해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하는지 규정하는 건 각 정당이 고유 특색에 따라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당헌을 어찌 정하느냐 하는 건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서 규정할 수 있는 것이고, 정치적 의사결정”이라고 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풍전등화” VS 이준석 “비대위 자체가 무효”
이날 재판엔 이 전 대표와 전주혜 비대위원이 직접 참석해 재판부에 각자의 주장을 호소하기도 했다. 전 비대위원은 “먼저 집권 여당으로서 당 관련한 사건을 갖고 법원 앞에 선 걸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재판부가 내리신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직무정지 결정 이후 국민의힘은 정말 극도의 혼란상황이다. 풍전등화의 위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저희들로서는 당헌 당규상 최고위원회로 복귀할 방법은 없다고 판단했다”며 “절차적으로 보완할 부분을 새로운 당헌당규로 규정한 뒤 새로운 비대위를 출범하기로 결정했고 당헌당규 개정을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의결 통해 완성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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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비대위원은 “저희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 것”이라며 “정말 본안소송을 기다릴 수만 있으면 몇 년이고 기다릴 수 있지만 현재 상황이 일반 회사 등과는 너무 다르다. 집권 여당으로서 해야 할 게 산적해있다”고 호소했다.
이 전 대표는 “1차 가처분 판결 취지에 맞춰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 선임이 무효이기에 비대위원 선임을 포함한 모든 행위가 모두 무효라고 받아들였고 비대위 자체가 설치되지 않았다고 받아들인다”며 “반복적으로 최고위가 이미 해산돼 되돌아갈 방법이 없다고 주장하는건 가처분 판결 취지와 맞지 않은 주장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법원 가처분 이후 3주나 지났고 최고위를 회복할 시간이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이는 비상상황을 빠르게 소멸시키겠다는 의도보다는 비상상황을 유지하겠다는, 비상상황의 창출 내지 지속의 목적이 있는 걸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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