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트레스 높은 환자 재발율 28% 상승
병세 깊은 경우엔 사망위험 153% 급등
“치료 전 디스트레스 해소하도록 해야”
암 진단 시 두려움이나 슬픔, 걱정 등이 큰 사람일수록 재발과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대장암센터 김희철·신정경 대장항문외과 교수, 암교육센터 조주희 교수, 임상역학연구센터 강단비 교수 연구팀은 2014∼2017년 대장암 진단 후 수술받은 환자 1362명을 대상으로 ‘진단 시 디스트레스와 재발 및 사망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왔다고 밝혔다.
디스트레스는 암 진단과 치료로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고통을 통칭하는 말이다. 암 환자의 약 40%가 심각한 디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다. 국제정신종양학회는 디스트레스를 혈압, 맥박, 호흡, 체온, 통증에 이어 6번째 신체 활력 징후로 정의하고, 모든 암 환자에서 진단, 재발, 완화치료 시작 때마다 디스트레스를 측정, 관리하라고 권고할 정도로 중요하게 다룬다.
연구팀은 미국종합암네트워크에서 개발한 체크 리스트를 이용해 환자들이 직접 디스트레스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연구 대상자들의 평균 디스트레스 점수는 5.1점으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가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 4점을 훌쩍 넘어섰다. 전체 환자의 61%가 디스트레스 수준 ‘높음’(4∼7점)에 해당됐고, 15%는 ‘매우 높음’(8점 이상)으로 나왔다.
디스트레스가 낮은 그룹에 비해 높은 그룹과 매우 높은 그룹은 재발이나 사망 위험이 각각 28%, 84% 더 높았다. 특히 대장암 4기처럼 병세가 깊은 경우에는 위험도가 대폭 증가해, 매우 높은 그룹의 재발·사망 위험이 153%나 올라갔다.
환자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건 병으로 인한 두려움, 슬픔, 걱정과 같은 감정적 요소 이외에도 보험, 돈, 일, 육아 등 암 치료 후 뒤따라올 사회경제적 문제들이 주로 꼽혔다.
김희철 교수는 “진단 시부터 환자가 느끼는 디스트레스를 평가하고, 이를 치료 전에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외과학회지(Annals of Surgery)’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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