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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긴장과 갈등을 넘어 균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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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19 23:05:54 수정 : 2023-05-19 23: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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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색 면으로 구성된 피터르 몬드리안 작품이다. 작품 제목도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이라서 의아함을 더한다. 몬드리안은 무슨 생각으로 이 그림을 그린 걸까? 대체 무엇을 나타내려 한 걸까? 이런 그림은 어떻게 감상해야 할까?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추상화 한 장에 담긴 그의 고민을 짚어 보고, 감상법도 생각해 보자.

 

몬드리안은 오른쪽 위에 화면 반 이상을 차지하는 빨간색 면을 그려 넣어 빨강이 그림 전체를 압도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한쪽으로 치우치는 듯싶어 왼쪽 아래에 파란색 면을 덧붙여 빨강의 압도적 분위기를 어느 정도 상쇄했다. 하지만 아직도 비례가 맞지 않는다. 몬드리안은 다시 오른쪽 아래에 작은 노란색 면을 배치해서 강한 빨강의 분위기를 조금 더 누그러뜨렸다.

피터르 몬드리안,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1930)

그런데 이번에는 빨강과 파랑과 노랑 사이의 긴장감이 문제다. 그래서 두께가 다른 검은색 선과 흰색 면을 사이사이 채워 넣어 전체적 균형감도 만들어 냈다. 이렇게 해서 빨강 파랑 노랑으로 구성된 긴장감과 균형감 넘치는 작품이 탄생했다.

 

이 얘기는 미술 작품은 작품 그 자체일 뿐이라는 추상미술 이론에 의한 것이다. 작품 밖에 있는 대상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작품 요소인 선, 색, 형태 등이 모여 이룬 형식적 관계가 그림의 본질이라는 주장이다. 이 작품에서는 크기가 다른 빨강, 파랑, 노랑 면들, 두꺼운 검은 선, 흰색 면들이 이루는 긴장과 균형과 비례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림을 보는 방법도 이런 목적에 맞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무엇을 나타내려 한 걸까? 몬드리안은 선과 색과 형태의 절제된 형식으로 비례나 균형 같은 순수한 수학적 아름다움을 나타내려 했다. 그것을 통해서 자연과 세계에서 만날 수 있는 질서와 비례, 변화 속의 균형을 환기하려 했다.

 

세상살이가 긴장과 갈등의 연속이다. 몬드리안이 살았던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자연의 질서를 생각하면서 균형감을 잃지 말자는 게 이 그림의 진정한 의미일 듯싶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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