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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 미술여행] 사회적 의미를 갖는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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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6-30 22:48:18 수정 : 2023-06-30 22:4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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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예술이라는 말이 있다. 사회나 우리 삶으로부터 벗어난 예술 자체를 뜻한다. 사회적 목적이나 삶의 이해관계를 개입시키지 말고, 작품 자체의 가치만을 주목하자는 식이다. 하지만 사회 속에 살면서 어찌 그런 일이 가능할까. 그래서 예술은 가치중립적인 것이 될 수 없다는 반대 입장의 작품도 나타났다. 그중 하나가 페미니즘 미술이다. 1960년대부터 펼쳐진 여성의 권리 주장 사회운동인 페미니즘 사상을 미술 작품 안에 담아내는 시도이다.

어떻게?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질서 아래서 문제가 되는 개인적 또는 사회적 불평등을 작품 내용으로 제시한다. 성의 차이에 바탕을 둔 기호학적 의미를 작품 안에 담는 시도이기도 하다. 사회 속에 만연한 남성과 여성의 불평등 요소를 다양한 방식으로 제기하고 생각하게 해서 그 불평등을 바로잡고자 하는 예술가들의 목소리이다.

페이스 링골드, ‘할렘의 메아리’(1980)

여러 시도가 있지만, 작품 내적 특성을 강조하는 형식적 측면의 페미니즘 미술이 특히 주목을 끈다. 성과 관련된 미술 작품의 형식적 가치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그중 하나로 순수예술에 비해 열등한 것으로 여겨 온 실용성을 갖는 공예의 재료와 방법을 사용하는 작품이 있다. 바느질 같은 재봉 일이 여성의 영역으로 간주되고, 그 재료인 헝겊이나 퀼트 등의 섬유 재료가 비하되며 그 안에 담긴 창조성이 폄하된 점을 겨냥했다. 그런 작업으로 그림과 다른 다양한 창의성을 얼마든지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담겼다.

대표적 예술가인 페이스 링골드는 퀼트를 재료로 하면서 바느질 방법의 여성적 섬세함을 더한다. 크고 맑은 눈을 가진 흑인 남녀의 웃는 모습으로 자신이 겪은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암시했다. 남성 얼굴은 거꾸로 또는 옆모습으로 나타내고, 여성 얼굴은 정면 모습으로 제시해서 여성의 주체성과 권리도 강조했다. 남성이 주변부가 되고 여성이 주체적 역할을 하는 영역이 우리 사회 속에 많이 있다는 외침이다. 균형과 조화를 이룬 건강한 사회를 향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의 바람이기도 하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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