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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고대 문화는 그리스에서 꽃이 피고, 지중해 연안을 통일한 로마로 계승됐다. 명상적이고 사색적인 그리스인들에 의해 철학과 예술이 번창했고, 호전적이고 실용적 성향의 로마인들은 순수미술에서 그리스의 업적 대부분을 수용했다. 로마인들이 그리스 작품의 모작을 주로 제작했기에, 지금 그리스시대 작품으로 전해오는 것들 중에는 로마시대 모작이 많이 있다.

그렇다고 로마인들의 미술 특유의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순수미술보다 도로나 수로나 시가지 장식 같은 토목과 건축에 더 관심을 보였고, 건축에서 ‘아치’를 발명한 것이 오늘날까지 로마인들의 업적으로 전해내려 오고 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 개선문

아치는 다리와 수로의 교각들의 연결에 이용됐고, 황제의 즉위나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는 개선문에도 사용됐다. 세 개의 아치를 연결한 ‘콘스탄티누스 황제 개선문’은 콘스탄티누스가 정적인 막센티우스를 제거하고 황제에 즉위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만들었다. 넓은 영토 관리를 위해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도시 비잔티움을 자신의 이름을 딴 콘스탄티노플(지금 튀르키예 이스탄불)이란 지명의 새 수도로 세우기 몇 년 전에 제작한 것이다.

개선문 안의 내용 대부분은 트라야누스 황제 때의 장면들로 꾸며졌는데, 로마의 새로운 번영을 기리기 위해서 로마시대에 가장 넓은 영토를 이룬 트라야누스 황제의 권위를 빌리고자 한 것이다. 연결된 아치들로 정교한 비례 감각과 아름다운 단순성을 나타냈고, 주변의 화려하고 세밀한 부조조각들로는 정치적인 안정과 영광을 표현했다.

장마가 끝나면 많은 사람들의 피서여행이 시작된다. 엔데믹 이후 첫 여름이기에 해외로도 많이 나갈 텐데 로마는 그중에서 인기 있는 도시들 중 하나이다. 로마에 가면 제일 먼저 찾는 곳은 콜로세움인데, 콘스탄티누스 황제 개선문은 이 콜로세움 바로 옆에 있다. 과거 로마의 영광을 뒤로한 채 마치 폐허처럼 되어 버린 콜로세움 옆에 로마시대 위대한 황제의 개선문이 자리하고 있어 역사의 쓸쓸함을 느끼게 한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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