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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샤갈의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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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7-28 22:36:59 수정 : 2023-07-28 22:3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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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갈의 그림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가 현실이 아닌 꿈과 같은 내용으로 이루어지지만 그의 그림을 보는 많은 사람들이 빠져들고 유쾌해한다. 꿈과 무의식의 세계에 심취했던 초현실주의가 등장하기 전에 현실을 벗어난 듯한 낭만적이며 환상적인 그림 세계를 보여준 이가 샤갈이었다.

그는 러시아의 작은 마을 비테프스크(지금은 벨라루스 영토) 출신의 유대인이다. 반유대주의가 극성을 부리던 시기 유대인 구역에서 살면서 우울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를 이런 답답하고 숨 막히는 현실로부터 벗어나게 해준 탈출구가 그림이었다. 그런 연유로 꿈과 환상처럼 보이는 이미지들을 그리면서 자신의 우울함에서 벗어나려 했다. 러시아 민속예술이 주는 소박함을 그림의 주된 분위기로 했고, 한때 파리에 머물며 영향받은 야수파와 입체파 경향들도 그림 안에 반영했다.

샤갈 '도시 위에서' (1914)

이 그림은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던 해인 1914년 그가 파리에서 돌아와 러시아에 머물 때 그린 그림이다. 형태 묘사는 입체파의 분할된 면 구성 방식의 영향을 받았고, 색채에선 야수파의 경향을 보인다. 아래의 마을 풍경은 샤갈의 고향인 비테프스크인데, 소박하지만 단정하게 자리 잡은 집들과 멀리 보이는 정교회 성당이 어울려 평온하고 경건한 마을 분위기를 전한다. 마을을 둘러싼 나무 담장의 들쑥날쑥한 모습과 오른 쪽의 야트막한 언덕이 정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편 샤갈은 화면을 회색빛으로 뒤덮어 다가오는 전쟁으로 인한 침울한 도시 분위기도 나타냈다. 반면 부둥켜안고 어딘가로 향해 날아가는 자신과 그의 사랑 벨라가 암울한 도시 분위기와 대조를 이루게 했다. 가난한 유대인 노동자의 아들인 샤갈과 부유한 집안의 딸로 미모도 갖춘 벨라의 꿈과 같은 사랑을 낭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벨라가 손을 뻗어 그들의 미래를 가리키는 듯하고, 도시의 회색과 달리 초록색과 파란색으로 싱그럽게 표현한 그들 모습이 사랑의 풋풋함을 느끼게 한다. 그 다음 해 샤갈은 벨라 집안의 반대를 극복하고 벨라와 결혼했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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