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세법개정안에 신설 최소 8건
세수 결손 우려에 한 푼 아쉬운데
‘추정 곤란’ 이유 세수효과 안 따져
세수 감소폭 당초 3조보다 늘 듯
2년 연속 감세 정책 추진에 부담
‘기재부 의도적인 최소화’ 지적 나와
일각 “부자감세 비판 회피용 꼼수”
정부가 올해 세법개정안에 포함했지만 세수 감소 효과를 추정하지 않은 대책이 최소 8건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역대급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등 한 푼이라도 아쉬운 상황이지만 정부가 구체적인 세수 감소 전망도 하지 않은 채 세제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여기에는 결혼자금 공제 한도를 1억5000만원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 대책들이 모두 감세 조치라는 점에서 세법개정안에 따른 향후 세수 감소폭은 정부의 전망치(약 3조원)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올해 대규모 ‘세수펑크’가 예고된 상황에서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감세를 추진하는 데 부담을 느낀 기획재정부가 감세 추정치를 의도적으로 최소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기재부가 올해 세법개정안에 ‘추정곤란’이라는 이유로 세수효과에 포함하지 않은 대책은 부자감세로 논란이 많았던 ‘결혼자금 1억5000만원 공제’ 등 최소 8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결혼자금 1억5000만원 증여세 공제 △가업승계에 따른 세부담 완화 △영상콘텐츠 세액공제 △바이오의약품 관련 기술·시설 국가전략기술에 포함 △해외자원개발투자 세액공제 △문화산업전문회사 출자에 대한 법인세 세액공제 특례 △민간벤처모펀드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 △반려동물 진료부가세 면제 등이다.
세수효과 추정곤란이란 말 그대로 제도 개편으로 인한 세수의 변화를 추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추정곤란에 포함된 내용 모두 세수감소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최근 기재부가 발표한 올해 세법개정안의 2024∼2028년 5년간 세수효과 -3조702억원(누적법 기준)은 ‘최소치’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올해 세법개정안에 추정곤란 항목이 대거 포함된 것이 연이은 감세 정책에 대한 비판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재부가 세수효과 추정이 어렵다며 전체 추정치를 줄이는 경우가 과거에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세수펑크 탓인지 좀 더 심하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덜 걷힌 국세가 39조7000억원에 달한다. 상반기 기준 세수 감소액이 역대 가장 큰 수준이다. 올해 연간 국세 목표세수 대비 6월까지 걷힌 세금 비중을 뜻하는 진도율은 44.6%에 그치고 있다. 올해 남은 기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세금을 걷는다고 해도 올해 세수는 세입 예산(400조5000억원) 대비 44조2000억원 부족한 상황이다.
추정곤란이 부자감세 비판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세수효과 추정이 불가능하다는 세법 대부분이 기업 및 부자 대상 감세이기 때문이다. 특히 논란이 많았던 결혼자금 1억5000만원 증여세 공제지원의 경우 추정치 산출을 일부러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행 자료를 토대로 자산 기준을 설정하고 결혼적령기인 자녀를 가진 가구를 추리면 5000만원 이상 증여 가능한 비율이 25%이고 1억원 이상이 10% 정도로 예상된다”며 “수혜자가 너무 적을 게 명확한데 저출산 대책이라고 내놓으니 문제”라고 강조했다.
지난해에 이어 강화된 가업승계 증여세 저율과세 구간 상향(60억→300억원)도 국세청 자료를 토대로 추계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과세를 기존보다 5배나 봐주는데 승계를 대부분 선택할 것”이라며 “단지 저율과세 구간 5배 상향이라는 파격적인 조건과 액수로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추계를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수효과를 추정할 수 있는 과거 데이터가 없는 신설 제도의 경우 추정치 산출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개인택시용 자동차 부가가치세 환급 제도’의 경우 신설된 것이지만, 기재부는 연구용역을 통해서 연간 500억원의 세수감소 효과가 발생한다는 결과를 도출해 세수효과에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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