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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떠난 잼버리… 상암서 ‘유종의 미’ 거둔다

입력 : 2023-08-09 06:00:00 수정 : 2023-08-09 07: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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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시·도 128곳에 대원들 수용… 영지 프로그램 전국 확대

3만6000명 이동… 5500명 전북 잔류
경찰, 헬기·순찰차 투입 에스코트
지자체, 숙소 청결·식사 철저 점검
이상민 장관, 현장서 대피과정 지휘
尹 “행사 끝날 때까지 안전에 만전”

김현숙 “한국 위기 대응 역량 보여줘
부산엑스포 유치 영향 없어” 발언 구설

새만금 잼버리 부실 준비 논란과 대비
서울·경기, 대책본부 구성 발빠른 대응
충남·대전·인천 등도 지역 맞춤형 체험
英 참가자들, 파주 참전추모공원 참배

11일 서울월드컵 경기장서 폐영식 함께
뉴진스 출연… 일각 “BTS 공연을” 주장도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최지인 전북 부안군 하서면의 야영지는 8일 이른 아침부터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배낭에 짐을 챙겨 넣고 텐트를 철거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영지를 떠나는 각국 스카우트 대원과 현장 관계자들, 지역 주민들은 하나같이 아쉬워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운영요원으로 왔다는 루사마(24)씨는 “일주일 만에 전북을 떠나게 돼 아쉽지만, 한국 문화를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새만금 영지에서 야영을 이어온 156개국 스카우트 대원 3만6554명은 북상 중인 태풍에 대비하고자 이날 오전 모든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버스를 이용해 수도권과 충청권 등지로 대피했다. 오전 9시쯤 대만 참가자 1612명을 태운 버스를 시작으로 총 1014대의 버스가 각 행선지로 출발했다. 경찰은 헬기 4대, 순찰차 273대로 에스코트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8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야영지에서 조기 철수하고 있다. 뉴스1

각국 스카우트 대원과 관계자들이 폐영식이 열리는 12일까지 머무를 숙소는 전국 8개 시·도에 128개소가 마련됐다. 지역·인원별로 경기가 88개국 1만3500여명으로 가장 많은 인원이 체류하고, 충남(6300여명), 인천(3300여명), 서울(3200여명), 충북(2700여명), 대전(1400여명), 세종(700여명) 순이다. 전북에는 10개국 5500여명이 남았다.

 

전날 ‘컨틴전시 플랜’(비상시 계획) 발표 후 하루 만에 추진된 대규모 이동에도 큰 혼란은 없었다. 오후 1시쯤 경기 용인시 처인구 명지대 기숙사에 도착한 파푸아뉴기니 스카우트 대원 일레인양은 “(새만금) 야영지에선 너무 더워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이곳이 어디인지는 잘 모르지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몹시 기대된다”고 했다.

 

대피 전 과정은 정부 잼버리 비상대책반 간사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현장에서 직접 지휘했다. 그는 오전 브리핑에서 “이번 대피는 태풍이라는 재난 상황으로부터 잼버리에 참가한 세계의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비상 대처의 일환”이라고 역설했다.

 

정부는 지난 일주일간 논란이 계속됐던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가장 큰 문제로 위생을 꼽았다. 조직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세계스카우트연맹에서 제기한 가장 큰 문제는 위생이었던 것 같다”며 “화장실 위생이나 청결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이번 잼버리 조기 철수 사태가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라며 부산엑스포 유치와 관련해서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해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8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프레스센터를 방문해 태풍 카눈에 의한 비상 대피 브리핑을 열고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새만금 잼버리 준비 미흡의 원인과 책임 소재 등에 관한 질문에 “평가는 잼버리가 제대로 끝나고 하는 것이 옳다”며 즉답을 피했다.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의 감찰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한 총리는 본지 통화에서 “지금 태풍도 오고 있고 위기 아닌가”라며 “일단 잼버리를 잘 끝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참모진과 회의를 갖고 “정부 전체가 잼버리 행사가 종료될 때까지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한국을 방문한 세계 청소년들이 좋은 기억을 갖고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했던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본관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가부 주축 조직위 여론 뭇매 속 ‘구원투수’ 등판한 지자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지방자치단체들은 8일 태풍 북상으로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지를 떠난 각국 대원을 맞이할 준비에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지자체들은 하루만에 잼버리 대원 수만 명을 수용할 숙소를 확보한 데 이어 전담지원반을 꾸리고, 다양한 문화·관광 체험 프로그램까지 마련했다. 여성가족부를 주축으로 한 이번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부실 준비’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 4000여명이 이미 머물고 있는 서울시는 이날 정부와 협의 끝에 시내 대학 기숙사 12곳과 민간기업 연수원 1곳에 9개국 대원·관계자 3210명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숙박 제공기간은 이날 오후부터 잼버리 폐영일인 12일까지다. 이 시설들엔 24시간 근무하는 전담지원단을 파견해 입소 대원의 안전과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시는 이 기간 서울시립미술관 등 문화시설 9곳을 오후 9∼10시까지 연장 개방하고, 외국어 안내를 확충할 방침이다. 시는 김의승 행정1부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잼버리 대책본부’도 구성했다. 시설별 인력 배치와 의료인력·물품 확보, 관광·문화 체험 헬프데스크 운영 등을 행사가 끝나는 날까지 지원한다.

 

시는 앞서 지난 주말 윤석열 대통령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전화로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을 잘 챙겨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한 직후부터 영국 대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발표한 것은 물론, 다른 국가 대원들이 대피할 숙소 파악에 나서는 등 발빠르게 대응했다. 여름휴가를 갈 예정이었던 오 시장은 휴가를 반납한 채 주말에 영국 스카우트연맹 대표, 주한 영국대사관 부대사와 긴급면담을 하는 등 잼버리 지원을 진두지휘했다.

 

가장 많은 1만3000여명이 체류하는 경기도 역시 ‘잼버리 대원 체류지원 TF(태스크포스)’를 꾸렸다. TF는 숙소·의료·식사·문화체험 등 5개 지원반으로 구성되며, 숙박시설 64곳의 운영 등을 총괄한다. 도는 숙박시설마다 시·군 직원 최소 7~8명씩을 배치해 도내에 머무르는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생각이다. 도내 각 시·군은 지역별 특색을 담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수원시의 경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 등을 둘러보는 관광프로그램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경기 북부지역의 시·군은 DMZ 안보견학 프로그램 등을 준비 중이다.

 

8일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설마리 영국군 추모공원에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추모비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6000여명의 대원이 체류하는 충남도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지난 6일 막을 내린 보령머드축제 현장에서는 잼버리 대원들을 위해 오는 10일까지 ‘머드 마사지 셀프 존’을 무료로 운영한다. 공주시·부여시에선 백제 문화유적 등을 연계한 행사를 마련했다. 이 밖에 잼버리 대원들을 수용하는 인천시, 충북도, 대전시, 세종시와 5500여명이 남기로 한 전북도도 각양각색의 문화·관광·체험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서울 등에 머무르고 있는 영국 대원 중 400여명은 이날 경기 파주시 적성면의 설마리 영국군 추모공원을 찾아 참전용사들을 추모했다. 설마리 전투는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4월22∼25일 설마리 일대에서 벌어진 전투다. 당시 10배 넘는 병력의 중공군과 맞서 싸운 영국군 글로스터셔 대대원 59명이 전사하고 526명이 포로로 잡혔다. 이 일정은 국가보훈부가 제안한 것이다. 보훈부는 오는 10일까지 서울 전쟁기념관 방문 등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하이라이트 행사인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를 위한 무대가 8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설치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새만금 잼버리의 K팝 공연이 11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이재문 기자

◆K팝 콘서트 상암서… ‘유종의 미’ 거둔다

 

사전준비 부족 등으로 질타를 받는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하이라이트 행사인 ‘K팝 슈퍼 라이브’가 11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된다. 뉴진스 등 K팝 스타들을 앞세워 가라앉은 잼버리 분위기를 반전시킬지 관심이 쏠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잼버리 조직위는 8일 콘서트 장소를 확정해 발표했다. 출연진 등은 추후 공개하기로 했다. 폐영식도 같은 곳에서 공연에 앞서 진행된다. 잼버리 조직위는 앞서 6일 새만금 야외 특설 무대에서 콘서트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온열질환이 우려되는 현장 상황 등을 고려해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일정과 장소를 한 차례 변경했다가 다시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바꿨다.

 

뉴진스

공연 가수로는 그룹 뉴진스가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룹 세븐틴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6일 콘서트에는 그룹 제로베이스원과 아이브, 엔믹스 등이 나올 예정이었지만, 이들은 일정 변경으로 출연이 불투명하다. 다만 11일 생방송 예정이던 KBS2 ‘뮤직뱅크’ 결방으로 몇몇 그룹들은 무대에 설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이날 “국방부는 방탄소년단(BTS)이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세계잼버리 대회에서 공연할 수 있게 지원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해 팬들의 반발을 자초했다. 성 의원은 “소중한 손님들에게 새만금에서 부족했던 일정을 대한민국의 문화의 힘으로 채워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BTS의 팬덤 ‘아미’ 사이에선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무리한 요구”라며 “BTS가 정부 전속가수냐”, “잼버리 사태의 파행을 왜 BTS가 수습해야 하느냐” 등의 비판적인 여론이 제기됐다.


부안=김동욱 기자, 김주영·구윤모·박지원·이정한·곽은산·이복진·조병욱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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