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 수습하려 밀어붙여” 지적도
장소 발표 사흘만에 무대 설치 完
무대 시설 피해 우려 끊이지 않아
비 계속 내리면 감전 사고 위험도
전문가 “당일 최종 안전점검 필요”
10일 폭우와 강풍을 동반한 채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 ‘카눈’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콘서트 ‘K팝 슈퍼 라이브’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잇단 논란과 태풍 북상에 따른 야영 조기 종료 사태를 수습하려 정부와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안전 문제 등 우려 목소리에도 무리하게 행사 준비를 밀어붙이는 것 아니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긴급 안전 점검에 나서는 한편, 대회 종료까지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태풍 북상으로 야영지를 떠나 8개 시·도로 흩어진 각국 스카우트 대표단은 11일 오후 7시부터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폐영식과 K팝 슈퍼 라이브에서 다시 모인다. 대회 조직위 등에 따르면 K팝 콘서트 공연을 위한 야외무대 등 시설 설치 작업은 일단 완료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8일 공연장을 확정, 발표한 뒤 설치를 시작한 지 단 사흘만이다. 다만 태풍에 대비해 무대를 지지하는 와이어 보강 등 막바지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워낙 단시간에 대규모 인원이 참여할 행사 시설이 갖춰진 데다 강도 ‘강’의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보되자 곳곳에서 우려 섞인 시선이 끊이지 않았다. 온라인 공간에선 현장 설치 담당자가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사람과 언쟁을 벌이는 걸 봤다는 목격담이 나돌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무대 시설 등은) 강풍이 불면 무너질 위험이 있는데, 공연을 중단하는 게 당연하다”며 “비가 많이 오면 감전 사고도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무대에 오르는 가수들이 충분한 현장 리허설을 하지 못한다는 점, 시설 피해 또는 행사 당일 예상보다 빗줄기가 굵거나 바람이 강하게 불 수도 있다는 점 등도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조직위 측은 콘서트가 열리는 시점이 한반도가 태풍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시점이 될 것으로 예보됐기 때문에 예정대로 진행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잼버리 비상대책반 간사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만일 그때까지 태풍의 영향이 있으면 취소하는 걸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려가 끊이지 않자 안전 주무 부처인 행안부는 이날 오전부터 안전 점검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점심시간에 직접 현장을 찾았다. 최훈 행안부 지방자치균형발전실장은 브리핑에서 “현장에 설치된 무대 장치와 시설물 등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으며 스프링클러 등 작동 여부와 전기, 화재 등으로부터의 안전성도 점검할 계획”이라면서 “내일(11일) 오전과 공연 직전에도 추가로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행사 당일에는 경기장 내에 통로별로 소방 200여명, 경찰 600여명이 배치돼 인파 관리와 긴급 환자 신속 구급활동 등을 담당한다.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3시간30분에 걸쳐 순차적으로 행사장에 입장한다고 강정원 문체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강 대변인은 “대원들은 약 1000대 이상의 버스 1대당 전담 안내요원의 안내에 따라 숙소부터 경기장까지 안전하게 이동한다”며 “오후 2시부터 5시30분까지 순차적으로 입장하고,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동선을 관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관람석은 객석 3만7000석 외에 그라운드 좌석 6000석 등 총 4만3000석이 준비된다. 현장에서는 의료인력도 40여명 대기한다. 대원들에겐 상온보관이 가능한 식사 패키지와 물병(약 9만병) 등이 제공된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이번에 경기장에 무대 등 시설을 설치한 사람들은 구조안전에 대한 지식이 없는 것 같다”며 “태풍이 오고, 전세계인이 지켜보는 특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관행적으로 공연을 위한 가설 구조물을 지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11일 오전에라도 구조를 볼 줄 아는 안전 전문가의 최종 점검이 필요하다”며 “무대 장치나 부착물, 펜스 등 모든 것을 체크해 강풍에 떨어질 가능성 같은 위험 요소들을 찾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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