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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율성 공원’ 조성에 광주 지역 학생들 “독립운동가, 걸출난 음악가라 선동” 반발

입력 : 2023-08-25 12:00:39 수정 : 2023-08-25 12: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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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학생수호연합 광주지부, 오는 27일 광주 남구 정율성로에서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반대 기자회견
광주광역시 동구에 있는 작곡가 정율성 탄생 기념비. 연합뉴스

 

광주광역시의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 추진에 이 지역 일부 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학생 단체인 전국학생수호연합(학수연) 광주지부는 오는 27일 오후 4시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로에서 기념공원 조성 반대와 강기정 광주시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25일 밝혔다. 학수연은 2019년 고교생들이 교사의 정치 편향 교육을 폭로한 서울 인헌고 사태를 계기로 결성됐으며, 일부 학생들이 대학생이 돼 현재는 대학생과 중·고생 비율이 3대7 정도로 알려져 있다.

 

광주시에 따르면 동구 불로동 일대 878㎡에 기념공원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정율성 선생의 삶과 음악 세계를 기리는 광장, 정자, 교양·관리 시설 등이 들어선다. 2020년 3월 이곳을 공원으로 지정하고 같은 해 5월 공원 조성계획까지 결정했지만 보상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됐다. 중앙토지수용위원회, 행정 소송까지 가는 분쟁 끝에 소유권 이전을 마쳤다고 시는 전했다. 토지보상비를 포함해 공원 조성에는 총 48억원이 투입된다.

 

학수연 광주지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기자회견 예고 글에서 “전범가담 학살부역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 전면 철회하라”며 “학살부역 옹호하는 강기정 시장은 사죄하라”고 밝혔다. 이어 “정율성은 중공군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하며 북한군 협주단장을 맡아 조선인민국 행진곡 또한 작곡한 바 있다”며 “그야말로 6.25 민족산장의 원흉”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광주시는 이러한 정율성을 혈세 48억원을 들여가며 기념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며 “그를 독립운동가, 걸출난 음악가라 선동하며 조성하기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는 전쟁 당시 북한군으로부터 호남을 지키려 든 수많은 호남인들의 애향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학수연은 “우리는 자랑스러운 광주호남 학생들로서 6.25 전범 가담자 정율성을 독립운동가라고 선동하는 강기정 광주시장의 도시 상징 강요를 결사반대한다”며, “자유광주를 꿈꾸는 광주 학생들은 정율성 기념공원이 우리 광주의 상징이 되지 않게 결사항쟁하겠다”고 주장했다.

 

1914년 광주에서 태어난 정율성은 1933년 중국 남경 의열단에서 설립한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에 들어갔다. 해방 후에는 북한으로 들어갔고, 황해도에서 도당위원회 선전부장을 지낸 다음 평양으로 자리를 옮겨 조선인민군 구락부 부장을 맡고 협주단 단장도 겸임했다. 그가 작곡한 ‘팔로군 행진곡’은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으로 불리며, 정율성의 이름을 따와 음악축제를 진행하는 주최 측 홈페이지에는 ‘모든 중국인의 사랑을 받는 팔로군 행진곡, 연안송 등 음악을 남겼다’ 등의 설명이 적혀 있다.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 일대에 조성된 ‘정율성로’. 연합뉴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이러한 점을 들어 최근 자신의 SNS에서 공원 조성을 두고 “하늘에서 정율성 찬양미화작업을 지켜볼 독립지사와 호국, 민주화 영령들이 얼마나 통탄할지 솔직히 부끄럽다”고 말했다.

 

광주시를 향해 “김일성도 항일운동을 했으니 기념 공원을 짓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물은 뒤에는 막대한 세금 투입을 놓고서 “광주시 차원의 재정이 쓰인다고는 하지만 시 재정은 국민의 혈세가 아니냐”며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를 부정하는 사업에 지자체가 혈세를 마음대로 쓴다면, 재정규율을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도 엄격히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박 장관의 비판에 강 시장은 SNS에서 “정율성 선생은 그 아버지와 5남매, 친가와 외가 모두 호남을 대표하는 독립운동을 한 집안”이라며, “정율성 선생에 대해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논의하는 도시 광주,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는 “광주가 음악가 정율성 동요제를 이어온 것은 18년째이고, 지금의 정율성 공원은 6년 전에 조성하기로 계획됐다”며 “이미 48억원의 예산은 집행이 끝나 올 연말 완성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더 이상의 논란이 없기를 바란다면서, 강 시장은 “보훈부는 정율성 관련 논란을 멈추고 그에 대한 평가와 공과는 역사에 맡겨두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 될 것”이라며 “저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썼다.

 

논란에 정율성선생기념사업회는 “일제강점기 고난을 겪은 인물인 정율성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맡기는 것이 옳다”는 성명을 24일 냈다. 기념사업회는 “정율성 선생의 형제와 친척들은 항일운동과 대한민국 건국에 큰 힘을 보탰다”며, “20여년이나 이뤄진 기념사업을 하루아침에 중단하는 것도 한중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지나친 이념 논쟁을 벌이는 것도 좋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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