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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이라 무시 마라”… ‘디지털 폐지 줍기’ 짠테크族 는다 [심층기획-‘짠테크族’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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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8-27 14:52:03 수정 : 2023-08-27 14: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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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앱 서비스 이용해 재테크
걸으며 10원, 광고 보고 20원…
스마트폰으로 소액 모으기 대세

‘출석체크’ 대가 등 대부분 소액 보상
하루 평균 수익 312원에 불과하지만
10명 중 8명 “대단하다” 긍정적 인식
알뜰교통카드·알뜰폰 이용자도 급증

일각선 개인정보유출·사기 피해 우려
전문가 “회원제 투자 유도 등 주의를”
#. 직장인 A씨는 7월 한 달간 월급 외에 2만2000원을 추가로 벌었다. 하루 1만보를 걸으면서 최대 140원을 벌고, 광고를 보면 무료로 받을 수 있는 포인트를 하루에 10원 이상 꾸준히 모으는 등 6가지가 넘는 방법으로 틈틈이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든 것이다. A씨는 “이렇게 모아 언제 부자가 되냐는 말도 듣는다”면서도 “물가가 오르고 경기도 어렵다 보니 절약하는 습관을 들일 겸 꾸준히 (앱테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고물가 시대와 함께 애플리케이션(앱)을 중심으로 한 핀테크(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금융서비스)가 활성화하면서 이른바 ‘짠테크’족(族)이 늘어나고 있다. 인색하다는 뜻의 ‘짜다’는 말과 재테크의 합성어로, 소액을 모아 자산을 불리는 재테크를 가리킨다. 핀테크 앱의 서비스를 이용해 걸음을 걷는 만큼 일정 금액을 지급받거나, 회원가입·광고 시청 등의 ‘미션’을 완수하면 포인트가 적립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보상이 10원 단위에 그치는 푼돈이기 때문에 온라인상에서는 ‘디지털 폐지 줍기’라는 농담 섞인 단어로도 불린다. 거리에 버려진 박스나 종이를 주워 모아 고물상에 팔아넘기는 행위에 비유한 것이다. 걸으며 교통비를 절약하는 ‘알뜰교통카드’를 이용하거나, 통신비를 줄이기 위해 알뜰폰(MVNO)에 가입하는 흐름도 커지고 있다.

취업사이트 인크루트가 최근 성인남녀 1707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앱테크(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재테크) 이용자의 하루 수익은 평균 312원이었다. 단순 계산해 보면 매일 꾸준하게 짠테크를 실천했을 경우 월 9360원, 연 11만2320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한 달에 1만원 안팎은 ‘푼돈’이라며 무시할 수도 있는 금액이기는 하다. 그러나 물가 상승으로 소비생활이 팍팍해지면서 짠테크를 바라보는 시각에 비교적 긍정적인 인식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짠테크를 실천하는 사람들을 안쓰럽거나(14.7%, 동의율) 궁상맞다(14.6%)고 생각하기보다는 대단하고(81.3%) 현명한(77.6%) 사람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했다. 업체 측은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신념에 절반 넘게 동의하는 등 짠테크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인식이 많은 편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짠테크의 대표적인 방법은 금융서비스 앱을 통한 앱테크다.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틈틈이 소액을 모으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인크루트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5%가 현재 앱테크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핀테크 플랫폼인 토스는 대표적인 앱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걸음 수와 방문지에 따라 포인트를 제공하는 ‘토스 만보기’가 대표적이다. 이용자는 하루 최대 140원의 토스 포인트를 수령할 수 있다. 이용자는 출시 2년도 안 돼 900만명까지 늘어났다. 또 다른 리워드형 제품인 ‘함께 토스 켜고 포인트 받기’는 올해 1월 선보여 지난달 기준 이용자 660만명을 넘어섰다. 토스 앱을 실행한 사용자 근처에 토스 앱을 켠 다른 사용자가 있을 때 해당 사용자의 아이콘을 클릭해 토스 포인트 10원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네이버페이도 유명 앱테크 수단이다. 페이지를 클릭하거나 특정 페이지를 구독하거나 제휴사 회원가입 등을 통해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수령할 수 있다. 네이버페이 포인트는 이용자가 많은 네이버쇼핑에서 이용할 수 있는 등 저변이 넓어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에는 1년간 1만4000번 넘게 네이버페이 혜택에 참여해 총 300만이 넘는 포인트를 받은 이용자가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교통비, 통신비 등 일상 속 필수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짠테크를 실천하는 사람들도 있다.

 

‘알뜰교통카드’는 대표적인 교통비 절약 수단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만큼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는 제도다. 집에서 지하철역을 이용하기 위해 걸으며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대중교통요금이 2000원 미만일 경우 250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청년층(34세 미만), 저소득층은 할인폭이 더 크다. 7월부터는 마일리지 혜택을 늘리고 카드사 추가 할인을 더한 ‘알뜰교통플러스’ 서비스가 시행 중이다. 최근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비가 인상되면서 주목을 받아 2021년 29만명 수준이었던 이용자는 지난 6월 67만명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통신비 부담에 알뜰폰 이용자도 늘어나고 있다. 2020년 말 609만명이었던 알뜰폰 고객 수는 지난 6월 809만명으로 처음으로 800만명을 넘겼다. 시장에서 비중도 11%에서 14.4%로 늘었다. 기존 통신 3사 대비 30%가량 저렴한 요금으로 가격에 민감한 젊은 세대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 ‘리브모바일’ 통계에 따르면 가입자 중 61%가 2030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수 짠테커’는 일상 속 행동으로 높은 우대금리를 누릴 수 있거나 생활 속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에 가입하기도 한다.

 

‘워킹 적금’은 대표적인 짠테크 적금 상품이다. 우리은행의 ‘데일리 워킹 적금’은 매일 1만보 이상 걷고 난 뒤 앱에서 ‘미션 성공’ 버튼을 누르면 최대 연 11%에 달하는 고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다. KB국민은행의 ‘KB 온국민 건강적금’은 매월 10만보를 걸으면 우대금리 3%를 적용해 최대 연 8% 금리를 제공한다. 웰컴저축은행의 ‘웰뱅 워킹 적금’은 연간 500만보 이상을 걸으면 연 8.0%의 추가 우대금리가 제공된다.

 

카카오뱅크는 ‘26주 적금’ 상품에 유통, 콘텐츠, 편의점 등 다양한 업계의 파트너사와 제휴를 맺어 파트너적금을 출시해 왔다. 일정 적금 회차 납입에 성공할 경우 파트너사의 쿠폰, 캐시백 등의 혜택을 추가로 제공해 생활에서 이용할 수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편의점 CU와 제휴한 적금 상품인 ‘페퍼스 제휴적금 위드 CU’를 출시했다. 이 적금은 가입 시와 만기가 됐을 때 각각 CU 할인쿠폰 3000원씩을 받을 수 있다.

 

짠테크를 시작해 보려는 ‘짠테크 입문자’에게 전문가들은 자신이 이용 중인 금융사나 핀테크 앱의 서비스를 우선 살펴볼 것을 추천한다. 처음부터 많은 종류의 혜택을 한꺼번에 받으려 하기보다는 기존에 설치된 소수의 앱으로 적응기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의 상당수가 앱테크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익숙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박지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자주 방문하는 온라인 쇼핑몰의 출석체크 이벤트 등에 참여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며 “실제 활용 가능한 보상을 주는 앱을 선별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짠테크 과정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앱테크의 경우 소액을 미끼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과도한 개인정보 노출 등의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SNS 등을 통해 ‘한 달 만에 손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하거나 투자 금액이 커질수록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며 회원 가입을 유도하는 경우 다단계 방식의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소규모 업체의 경우 적립금의 이용처가 적거나 유효기간이 짧은 경우가 많아 효용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다.

 

박 연구위원은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앱테크 자체로 큰 금전적 이익을 볼 수는 없다는 것”이라며 “회원제 투자 유도, 과도한 추천인이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앱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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