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권만우 경성대 부총장
눈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눈동자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20여년간 의료 장비인 시선추적장치(Eye Tracker) 이용해 눈과 마음의 관계를 연구해 온 저자가 들려주는 눈의 심리학
‘시선추적’ 연구로만 100여편의 저술을 발표한 저자가 지난 20여 년간의 연구경험과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제시된 수백편의 시선추적 실험결과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 출간돼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눈은 알고 있다’를 쓴 권만우(사진) 경성대 부총장.
이 책에서는 사람들이 일기예보 기상캐스터와 방송뉴스 앵커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마트에 진열된 물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고르는지, 선거유세를 나온 정치인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책이나 드라마를 어떻게 훑어보는지, 지나가는 여자나 남자를 어떤 마음으로 힐끗 바라보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혈액형이나 MBTI보다 정확한 눈동자의 성격학, 그 원리와 해설을 통해 당신의 친구가 진실된 사람인지, 허영심이 많은지를 명쾌한 시선 심리학 실험결과들을 통해 정확히 제시하고 있다.
권 부총장은 “정보 및 센서 기술 등의 발전으로 정밀하게 사람의 시선을 추적하는 것이 가능해짐에 따라 사람의 오감 가운데 가장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눈이 역으로 그 사람에 대해 가장 많은 것을 말해줄 수 있게 된 것이다”며 “가볍고 편리하며 강력한 기능을 가진 안경형 시선추적 장치의 등장으로 이제 우리는 사용자들이 유튜브나 소셜미디어를 어떻게 훑어보고 클릭하는지 시선추적 장치를 쓰고 측정만 해보면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사례로 텍사스 대학 진화심리학자 데이빗 부스 교수 연구팀이 375명의 남녀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시선추적 실험에 따르면 남자들은 여자의 몸매에 집착하는 동물적인 모습을 숨기지 못하고 모르는 여자가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경우는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정작 남자들은 여자의 얼굴보다 몸매를 통해 더 순간적인 매력을 느낀다고 보고하고 있다.
반면 여자들은 얼마나 오래 사귈 것인가에 관계없이 남자의 얼굴을 몸매보다 더 중요하게 바라봤다. 연구팀은 “여자들은 상대 남자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는 성격이나 눈빛을 통해 상대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했지만 남자들은 특히 짧은 만남을 전제로 하면 단지 여자의 몸매만 비교하는 다소 동물적인 모습을 숨기지 못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남자의 눈, 여자의 눈’ 본문 중에서)
또한 일반적으로 얼굴의 매력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눈 주변이라고 생각되는 경향이 있는데 많은 성형외과학적 소견들은 입을 둘러싼 주변 부위가 미학적으로 사람의 매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자신의 얼굴과 친구의 얼굴, 그리고 낯선 얼굴에 대한 시선추적 실험 결과는 자신의 얼굴을 볼 때는 입 부위를, 친구와 낯선 얼굴을 볼 때는 코 부위를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시선처리는 문화권과 인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 않았고 타인에 대한 시선이 코 부위로 향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왜 그토록 여성들이 코 성형에 집중하는지를 설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매일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에 대해 갖는 시각적 경험과 타인에 대해 투영하는 경험을 하는 여성들이 자신과 타인의 얼굴을 평가하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스크를 쓰면 과연 잘 생겨 보일까’ 본문 중에서)
미국의 배우 더스틴 호프만과 톰크루즈가 주연으로 등장한 ‘영화 레인맨’에서 형 레이먼드 역을 맡은 더스틴 호프만이 전화번호부를 한번 보고 다 암기하는 장면은 자폐증 가운데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을 널리 알린 계기가 됐다. 이러한 시지각 능력은 넷플릭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도 등장하며 의료 드라마인 ‘굿닥터’에서도 묘사되고 있다.
무엇이든 한번 쓱 보기만 하면 다 기억하는 이 서번트 증후군에 대해 호주 시드니 대학의 연구진은 우리의 뇌에는 누구나 이러한 천재적 능력(서번트)이 잠재되어 있으며 이를 끌어내어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그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누구나 천재성이 있는데 강력한 좌뇌의 억압에 의해 이러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즉 우뇌에는 우리가 본 모든 것이 무의식적 기억에 저장돼 있는데 좌뇌의 강력한 의식이 이를 억제하고 있어 무의식에 접근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피에 전극을 대고 일정 주파수의 자기장을 좌뇌에 주어 교란시키면 우뇌에 잠재된 서번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라본 모든 것을 기억한다면’ 본문 중에서)
이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날씨 프로그램을 볼 때 남성들이 여성 기상캐스터의 몸매를 보느라 정작 내일 날씨가 어떤지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결과가 있다. 전 세계에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날씨 프로그램은 일반 뉴스 프로그램과 달리 진행자가 대부분 젊은 여성이다.
뉴스 프로그램보다 의상이나 카메라 샷등이 화려한 편이다.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날씨 뉴스를 전하는 사람들은 평범한 외모에 심지어 임산부까지 등장하며 공영방송인 BBC는 기상캐스터들 모두 기상청 소속의 전문가들이다. (‘뉴스를 보는 것일까 몸매를 보는 것일까’ 본문 중에서)
이 책은 일반인과 연구자들을 위한 시선과 안구운동 심리학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저서에서 제시한 상기와 같은 다양한 사례들은 우리가 평소 알고 있던 상식과는 다른 과학적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경영학, 광고, 소비자과학, 미디어학, 디자인학, 심리학, 정치학, 사회학, 아동학, 의학, 생물학, 유전학, 정보과학, 인지과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통섭적 지식의 결정체인 시선추적 연구사례들을 10여개의 주제로 나눠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인간과 동물은 사물을 어떻게 다르게 바라보는지, 그리고 남자와 여자는 왜 사물을 다르게 바라보고 인지하는지, 지능지수나 감성지수 못지 않게 중요한 시각지능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발달시킬 수 있는지, 심지어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는 사물을 다르게 볼 수 밖에 없는지를 과학적 증거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더 나아가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시선이 갖는 중요성과 마스크를 쓰면 왜 잘 생겨 보이고 한번 바라본 모든 것을 기억하는 수퍼 시각인식자의 비밀 등을 기존 연구성과들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권만우 교수는 “이 책의 주요 내용은 학문적 효용 뿐만 아니라 실제 다양한 산업현장에서도 마케팅이나 의사결정의 주요 방법론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며 “일반 독자들에게는 실생활에서 사물과 현상을 판단하는 과학적 길잡이 혹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새로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권만우 교수는 현재 경성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이 대학 부총장을 맡고 있다.
언론사 기자를 거쳐 20여 년 동안 사회과학(신문방송학과), 공학(디지털디자인), 예술(디지털영상) 계열의 교수를 역임하여 융합형 지식을 생산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7조 원에 달하는 국내 최고 R&D 지원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의 문화융복합단장, 초학제간 융합 전문위원등을 지내며 70여편에 이르는 시선추적 실험 및 뇌파 실험연구 성과를 학술지에 발표했다. 미디어신경과학, 디지털엔터테인먼트, 서비스디자인등 다양한 융합 분야에 관한 20여권의 저서와 역서를 출간했다.
부산이 만든 세계적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 전문위원과 유네스코 주관의 세계인문학포럼 추진위원등 국제행사의 기획과 실행을 맡고 있다. 국제콘텐츠 견본마켓인 부산콘텐츠마켓 집행위원장직을 수행하면서 방송드라마와 웹툰, 게임 등 다양한 K콘텐츠가 세계화되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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