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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미약 감경’ 검색한 서현역 흉기 난동범, 가상화폐·주식도 투자…檢, “엄정 처벌”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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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8-29 15:15:26 수정 : 2023-08-31 08: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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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한 희생 불가피” 주장…“잘못된 것 같다” 반성도
고립 생활로 증상 악화…”특정 스토커 집단이 괴롭혀”
범행 前 ‘심신 미약 감경’ 검색…가상화폐·주식 투자,
휴대폰 앱 프로그래밍…대학·교우 관계 원만치 않아
“연락하는 지인 없어…부모에게는 ‘분노 표현’ 안 해”

경기 성남시 ‘서현역 흉기 난동’으로 2명을 살해하고 12명을 다치게 한 피의자 최원종(22)에게 검찰이 망상장애에 따른 ‘심신 미약’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범행을 앞두고 인터넷에서 ‘심신 미약 감경’을 한 차례 검색하거나, 소액의 가상화폐·주식투자를 하고 휴대폰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상당한 판단 능력을 갖췄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부 알려진 대로 초·중·고교 시절 영재 수준의 지적 능력을 지녔던 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전담수사팀은 29일 살인, 살인미수, 살인예비 혐의로 최원종을 구속기소 하면서 이 같은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분당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 연합뉴스

◆ “차에서 내리기 무서워, 탑승한 채 범행…망상장애 맹신”

 

송정은 성남지청 형사2부장은 “최원종은 고립된 생활로 망상이 현실이라는 확신을 품고 ‘폭력이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잘못된 생각 속에서 극도의 경계심과 불안감을 갖고 공격에 나섰다”면서 “범행 당시 ‘흉악한 폭력 행위가 나쁘다’는 인식력과 ‘행동의 결과가 어떠한가’에 대한 결정력을 잃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원종을 진료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도 “피해망상 이외의 영역에선 현실검증능력이 와해된 언어나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사에서도 그는 타인들이 자신을 스토킹하며 괴롭힌다는 망상 증세를 보였다. 중학교 3학년 때 첫 정신과 진료를 받고, 2020년 ‘조현성 인격 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까지 나았으나, 이후 치료를 거부했다. 그의 병증은 홀로 살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비슷한 증세를 겪는 사람들과 접촉하며 더욱 심해졌다.

 

최원종이 서현역 인근 백화점에서 흉기를 휘두르기 전 백화점 앞 인도에서 행인을 들이받는 데 사용한 차량. 성남=연합뉴스

최원종은 검찰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스토킹 집단이 널리 퍼져 있어 본인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범행에 나섰다며, 무고한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식으로 진술했다고 한다. 다만, 마지막 조사에선 “(그런) 방법을 택한 건 잘못된 것 같다”며 반성하는 모습도 내비쳤다.

 

범행 직전 부모 집을 찾아 어려움을 호소했으나, 부모가 치료를 권유하자 부모 역시 스토킹 조직원에게 매수됐다고 생각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때 더욱 불안해진 피해망상은 극단적으로 공격력을 끌어올렸다는 게 대검 임상심리분석 결과에서 드러났다. 

 

◆ 전문의 “인식·결정력 잃지 않아…피해망상 外 정상”

 

범행 전날인 2일 오후 7시쯤에도 최원종은 다수를 살해할 목적으로 분당구의 백화점과 야탑역, 서현역 등에 흉기를 소지하고 갔으나 실제 범행에는 착수하지는 않은 혐의도 받는다. 그는 전날 범행이 미수에 그친 것과 관련, “당시 현장에 (나를) 스토킹하던 세력들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보완 수사를 거쳐 가족과 친구, 정신과 담당의 등 참고인 25명을 조사하고 전문의 자문을 들었다. 그 결과, 최원종이 보인 극단적 공격성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심지어 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한 것도 “너무 무서워서 차에서 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당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이 지난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최원종이 범행 직전 인터넷에서 심신 미약을 검색한 이유는 스토커들을 물리치기 위해 범행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술을 마시고 흉기를 휘두르면 음주 등의 상태로 감경이 되지는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그만큼 자신의 망상을 맹신했다는 것이다.

 

최원종은 과거 대학에 한 차례 입학했다가 공포 장애 등으로 중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원격 수업을 진행하는 대학에 재입학했으나 대인관계가 원만치 않아 외톨이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친구 등 주변인을 수소문했으나 지금까지 연락을 주고받는 관계는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집에서 발견한 메모장에도 특별한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일부 보도와 달리 최원종은 폭력성이 없는 단순한 온라인 게임만 즐겼고, 범행 직전에도 부모님에 대한 반발이나 분노 표현은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과 온라인 게시물 분석 등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서현역 일대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지난 3일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AK백화점 사건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뉴스1

◆ 유족·지인 “밝고 책임감 강한 외동딸…피해자가 기억에 더 오래 남아야”

 

최원종은 지난 3일 오후 5시56분 경기 성남시 분당구 AK플라자 분당점 부근에서 모친 소유의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5명을 들이받고, 이후 차에서 내려 백화점에 들어가 9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차에 치였던 60대 여성은 사건 발생 사흘 만인 지난 6일 사망했고, 20대 여성은 뇌사 상태로 치료를 받다가 전날 숨졌다. 또 다른 무고한 시민 5명이 중상, 7명은 경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다. 

 

전날 사망한 김혜빈(20)씨의 유가족과 친구들은 이날 “가해자가 어떤지보다 혜빈이가 얼마나 밝고 좋은 사람이었는지가 사람들의 기억에 더 오래 남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긍정적 성격의 미대생이었던 김씨는 사고 당시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친 뒤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김씨의 유족은 “가족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을 다 준 외동딸이었다”며 “밝고 장난기가 많았고 착실하고, 책임감도 강했다”고 기억했다.


성남=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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