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을 비롯한 국내 원자력발전소 주변에 거주하다 갑상선암을 앓게 된 주민들이 공동으로 제기한 소송이 항소심에서도 기각됐다.
부산고법 민사5부(부장판사 김주호)는 30일 오후 원전 주변 갑상선암 피해자 2800여명이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다.
공동소송 원고들은 고리·영광·울진·월성원전 등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운영하는 원전 반경 10~30㎞에서 5년 이상 거주하다 갑상선암을 진단받고 수술한 환자 618명과 그 가족들이다.
갑상선암에 걸린 공동소송 원고 618명을 지역별로 구분하면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주민이 251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영광 한빛원전 주민 126명, 울진 한울원전 주민 147명, 월성원전 주민 94명 순이다. 이들은 갑상선암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19.4년을 원전 인근 마을에서 거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원전 인근지역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 상대위험도 등을 근거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가 서울대에 의뢰한 ‘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핵발전소 주변 5km 이내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 상대 위험도가 원거리에 비해 2.5배 높은 것으로 나왔다. 또 지난 6월 환경부가 실시한 ‘월성원전 지역주민들의 건강 영향조사’에서도 원전 반경 5km 이내 주민의 47.1%의 염색체가 심각하게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원고 측은 갑상선 피폭량이 공법상 규제 기준 미만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원전 근처에서 24시간 거주하면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방사선 피폭량과 갑상선암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2월 16일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재판에서 재판부는 한수원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원전 인근 주민들의 전신피폭선량은 공법상 구제 기준보다 낮고, 한수원이 배출한 방사성 물질로 인한 환경오염이 발생한 사실이 없다”며 “원고들이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는 방사선에 피폭됐다고 볼 수 없다”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항소심 선고 직후 갑상선암 공동소송 시민지원단은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가 평생 질병으로 고통 받는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공통은 물론, 정부 추진 역학조사 결과까지 외면했다”며 판결을 강하게 규탄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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