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60대 체육 교사, 스트레스 시달려…극단 선택
정년 앞둔 베테랑 교사…수업 중 사고로 수사·감사 앞둬
“휴대전화 포렌식 착수…학교 관계자 소환 조사 예정”
재직 학교엔 추모 조화·문구…“지켜드리지 못해 죄송”
정년을 1년 앞둔 60대 체육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두고 경찰과 교육 당국이 진상 파악에 나섰다. ‘공교육 멈춤의 날’을 하루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된 이 교사의 유가족은 “(고인이) 얼마 전부터 학부모와의 갈등 때문에 ‘살고 싶지 않다’고 자주 말했다”고 전했다.
4일 경찰과 도 교육청에 따르면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 A(60)씨는 전날 오전 10시35분쯤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청계산 등산로 초입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A씨 가족은 지난 2일 외출한 A씨가 귀가하지 않자 사건 당일 오전 9시30분쯤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거쳐 시신을 찾아냈다.
현장에서 나온 유서에는 가족에게 전하는 메시지 외에 다른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분당경찰서는 A씨가 사망 당시 소지했던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작업에 들어갔다. 통화기록과 사진·문서자료 등을 토대로 경위를 살펴본 뒤 학교 관계자 등을 소환할 방침이다.
앞서 A씨는 지난 6월 체육 수업 중 자리를 비운 사이 한 여학생이 남학생이 찬 배구공에 맞아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망막을 크게 다친 사고와 관련, 피해 학생 측으로부터 고소당했다. 피해 학생 측은 지난 7월 과실치상 혐의로 A씨와 공을 찬 학생을 경찰에 고소했고, 교육청에 감사 및 징계도 요청했다.
이어 지난달 왼쪽 눈의 망막에 출혈이 발생했다는 내용의 진료확인서를 경찰에 제출하고 피해자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사고 당시 복통을 이유로 자리를 비운 것으로 알려졌고, 이를 두고 도 교육청 감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경찰 조사 역시 일정을 조율했을 뿐 아직 정식으로 이뤄지기 전이었다.
경찰은 유족 진술을 청취하고, A씨가 자신을 향한 형사 고소 및 여러 차례의 민원 제기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인지 등에 대해 폭넓게 수사할 계획이다. 도 교육청 관계자도 “피해 학생 측이 A씨에게 사회적 통념을 벗어난 정도의 민원 제기를 했는지 등을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업시간 자리를 비운 ‘근태’ 여부와 얽히면서 섣불리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학교 측에선 A씨에 대해 ‘경고’ 처분을 내렸으나, 피해 학부모 측은 해당 처분에 불복해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교육청에 감사 및 징계를 추가로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족은 “(고인은) 34년 교직 생활의 자긍심이 무너진 것처럼 느꼈다”면서 “신고받고 경찰 조사도 받아야 한다는 게 본인으로서는 충격이 많이 컸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인은 나이가 많으심에도 학생 인권 중심으로 달라진 교육 흐름 같은 걸 잘 맞추려고 큰 노력을 하셨던 분”이라고 덧붙였다.
또 “고인은 아무리 배탈 때문이었더라도 (수업 중) 자리를 비운 사이에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며 “그런 와중에 형사 사건을 알게 된 뒤 (심리적 고통이) 더 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A씨가 생전 근무하던 학교 정문 앞에는 시민과 동료 교사들이 보낸 조화가 수십여개 놓였다. 정문 한쪽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문구가 적힌 쪽지들이 붙었다.
한 학생의 쪽지에는 “3년 동안 행복한 체육수업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체육시간이 기다려졌어요. 편안해지시길 기도할게요”라고 쓰여 있었다.
경기교사노조 측은 자료를 내고 “교육부와 도 교육청은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에서 서울 양천지역 초등학교 14년 차 교사가, 지난 1일에는 전북 군산시 동백대교 아래 해상에서 군산지역 초등학교 교사가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최근 나흘간 3명의 교사가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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