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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호의플랫폼정부] 우문현답, 답은 현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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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9-07 23:36:33 수정 : 2023-09-07 23:3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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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잼버리 파행, 현장 무시 행정의 전형
발로 뛰며 실태 알아야 성과 이뤄낼 수 있어

우문현답.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답이란 뜻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시절 공무원의 탁상공론적 일하는 모습을 냉소적으로 꼬집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민간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이 전 대통령은 현장의 중요성을 자주 언급하였다. 청계천 복원공사와 같은 중요한 정책 제안을 하면서 공무원이 해외사례를 보고할 때는 그 나라에 직접 가보고 확인했느냐는 질문을 하곤 했다고 한다. 마치 평행이론처럼 윤석열 대통령 역시 탁상공론적 발상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 입안을 아주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국민 생활과 직결된 민감한 정책을 보고받을 때는 정책의 실질적인 추진 가능성을 강조한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이후 중소벤처기업부는 민·관 원팀을 구성하여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는 등 발 빠른 대응을 했다. 정부·상인 협력과 시민들 호응 덕분에 이태원 상권이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고 하니 천만다행이다.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민·관 협력을 이끌어 내면 시민들 마음도 움직인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가 바라는 시민과 가까이 있는 정부의 모습이다. 정부가 이런 모습으로 일을 하려면 먼저 시민들의 삶의 현장을 제때 제대로 아는 것이 필요하다. 그럴싸한 말로만 민생을 챙기거나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을 책상머리에서 아무리 만들어내더라도 국민이 외면하고 감동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가 신속하게 디지털 전환을 진행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 혁신의 근본적인 부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큰 틀에서 공무원의 일하는 문화와 방식이 근거 기반으로 변해야 한다. 현장은 공무원이 무엇을 왜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실수없이 판단하게 하는 가장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정책자료이며 근거이다. 근거를 무시하니 관행에 기대는 것이고 현장을 가볍게 여기니 탁상공론이 일하는 방식으로 굳어지는 것이다. 공무원이 필요로 하는 정보는 이미 만들어진 것을 취합하여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취합해도 큰 문제가 없는 정보와 현장의 실태를 직접 확인해야 하는 정보는 다르다. 만약에 둘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정보의 정확성이다. 따라서 근거를 기반으로 하되 정확한 근거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제대로 된 정책 처방을 내릴 수 있다. 그 답은 바로 현장에 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사는 전형적인 현장 무시 행정으로 보인다. 담당 공무원이나 조직이 폭염이 다가오는 기간에 현장을 방문하여 상황을 살피고, 효과적인 대책을 왜 신속하게 마련하지 못했을까 의문이 든다. 만에 하나 현장을 점검하고도 제대로 된 판단이나 민첩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면 과연 공무원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자문해볼 대목이다. 맡은 직분과 수행하는 업무에 대한 절박감과 책임 의식이 있을 때 현장도 중요해진다.

정보화시대 정책 결정의 키워드가 신속성이라면 AI시대는 정확성이다.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정부가 통합적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시도가 국민을 현혹하는 빈말로 그치지 않고 가능하려면 정확한 데이터가 생명이다. 정약용이 찰물(察物, 물정을 살핌)이라며 수령은 고립되어 있어서 사방으로 눈을 밝히고 귀를 통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효하다. 결국 AI든 사람이든 현장을 알아야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오철호 숭실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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