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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넓어진 미술 지형을 접하는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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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9-08 22:44:50 수정 : 2023-09-08 22: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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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시대나 사회의 영향을 받아 변하며 전개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의 상황이 주목할 만하다. 동서 냉전 정치체제가 해체되며 다원주의가 등장했고, 사회적, 문화적으로도 기존 가치에 대한 저항들이 이어졌다. 여성의 권리 주장, 불평등한 인종주의적 사고에 대한 도전 등 많은 사건이 있었고, 미술에서도 획일적 사고에 반발하면서 활력을 제시한 새로운 작품들이 나타났다.

그중 하나가 개념미술이다. 개념미술가들은 미술작품이 관념으로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미술작품의 이미지나 형태구성보다 작품에 관한 아이디어나 생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만든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감상자도 작품의 외형적 형태보다 그 이면에 있는 예술가의 생각을 읽어내야만 한다고 덧붙인다.

에드 루샤, ‘26개의 주유소’(1962)

따라서 개념미술 작품에서 물리적인 제작에 쓰이는 재료나 방식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숫자나 언어가 사용되기도 하고, 사진이 예술가의 아이디어를 중립적으로 기록하는 매체로 사용되기도 한다. 사진을 이용한 개념미술 영역의 개척에 미국 작가 에드 루샤의 역할이 컸다.

그는 캘리포니아를 자동차로 여행하며 찍은 주유소 사진들로 엮은 ‘26개의 주유소’라는 제목의 사진집을 작품으로 제시했다. 이 그림은 그중 일부이다. 여기서 루샤는 일상 속의 평범한 주유소를 기교 없이 나열했다. 작품으로서 사진이 아니라 중립적 기록 매체로서 사진을 제시해서 예술사진이란 이름으로 작품들이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현상을 비판했다. 사진집 책을 작품으로 제시해서 미술관이나 화랑이라는 제도적 공간에서만 작품이 전시, 유통되는 방식을 우회적으로 꼬집기도 했다.

그 후 반세기 이상 흐른 지금, 미술은 어떤 형식이냐보다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생각이 더 중요하다는 그의 주장은 기대 이상으로 미술 세계의 폭을 넓혔다. 아트 페어 ‘프리즈’와 ‘키아프’가 동시에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전 세계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보면서 그들이 어떤 생각을 어떤 형식으로 전달하려 하는지 한 번 둘러보는 주말은 어떨까.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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