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男·장모 사망… 3세 아들 중상
부산 부산진구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일가족 3명 중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또 해당 아파트 입주민 30명이 긴급 대피했다.
10일 부산소방재난본부와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15분쯤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한 아파트 7층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집주인 40대 남성 A씨와 A씨의 베트남인 50대 장모 B씨가 숨지고, A씨의 3세 아들이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불은 A씨 집 가재도구 등을 태워 1000만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 피해를 내고 30여분 만에 모두 꺼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불을 피해 베란다로 대피했던 A씨와 아들, B씨는 독성 연기와 거센 불길을 피하기 위해 베란다 창문 틀에 매달렸다. 창틀에 매달린 이들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1층 바닥으로 추락했다. A씨는 현장에서 숨지고, B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A씨 아들은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불이 난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려 내다보니 맞은 편 아파트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고, 일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창틀에 매달려 있었다”며 “이들은 1∼2분 정도 버티다가 곧바로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너무 안타깝고 무서웠다”고 말했다.
불이 난 아파트는 주차장과 진입로가 좁은 데다, 화재 당일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이 많아 소방차 진입이 늦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이날 오전 합동감식에 들어갔다. 최정현 부산진소방서 화재조사 주임은 합동감식 브리핑을 통해 “최초 발화 지점을 찾기 위해 집안 내부 모든 공간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조사 중”이라며 “A씨 일가족이 불길이 커지기 전에 대피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 가족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인근 시장에서 과일 장사를 하는 A씨 부부는 어린 아들을 위해 몇 년 전 베트남에 있던 B씨를 모셔와 함께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고 당일 새벽 농산물도매시장에서 과일을 떼 와 가게에 진열해 놓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남편과 교대한 A씨 아내는 장사를 하느라 집을 비워 화를 면했으나, 남편과 어머니를 잃고 망연자실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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